[긴급 진단]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생존 모색하는 항공사
민진규 대기자
2014-04-21
티켓 할인전쟁으로 악화된 수익성때문에 선제적 구조조정하는 항공사 증가, 정부의 지원과 자산매각으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항공사들도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항공요금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해 저가항공사까지 시장쟁탈전에 뛰어 들면서 저가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대형 항공사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항공회사들이 저가항공권 경쟁을 벌이면서 경영난에 몰린 항공사들은 대규모 인원구조조정, 적자노선 폐지, 항공기구매 취소, 사무실공간 축소, 수화물 중량 감소 등의 방안을 찾고 있지만 경영난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저가항공사로 유명한 라이언에어(RyanAir)의 경우, 조종사를 정규직 대신에 프리랜서를 고용하고, 다른 항공사들은 임금이 낮은 국가에서 승무원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태국의 경우 월급을 3000달러(약 320만원) 정도만 지급해도 승무원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 순이익 급감해 적자전환으로 미래 불투명

인도네시아의 국영항공사인 가루다 인도네시아(Garuda Indonesia)항공이 지난해 연결 결산 순이익이 1,120만 달러(한화 12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9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급감의 원인은 미국달러 대비 루피아의 약세로 운항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수송량은 약 20%씩 증가했으며, 매출은 37억 2,000만 달러(한화 3조 9,863억 원)로 약 7%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정기편 운항수입이 29억 6000만 달러(한화 3조 1719억 원)로 약 10% 상승했으며, 운항편수는 국내선/국제선을 합해 19만 6,403편으로 전년대비 약 28% 증가했다. 또한 항공편 이용객 수는 2500만 명으로 약 22% 증가했으며, 수송 화물량은 34만 5,923톤으로 전년 대비 약 23%가 증가했다.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에 따르면 수익증대를 위해서 달러화 등 대외여건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으며, 운항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역으로 항공노선 증편을 통해 이익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인도 뭄바이노선의 취항, 1990년대 운항 중단한 필리핀 마닐라 노선의 운항 재개, 인근 노선의 확충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전 노선에 대해서도 약 10% 증편할 예정이다.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은 현재 국내 35개, 국제 21개 등 총 56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인 세부항공은 2013년 당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5% 하락했다. 2013년 세후 이익이 5억 1200만 페소(약 122억 5,700만원)로, 2012년 35억 7,000만 페소(약 854억 원)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세부항공은 당기 순이익이 대폭 하락한 이유로, 막대한 규모의 부채, 새로운 항공기 구입비용의 사전지불, 연료구매, 리스비용, 유지비용 등을 지목했다. 2013년의 경우 전체 매출은 420억 페소(약 1조 50억 원)로 전년도에 비해 8.2% 늘었다. 하지만 2012년 4분기의 경우 12억 500만 페소(약 288억 원)의 이익을 냈지만 2013년 4분기에는 20억 6,300만 유로(약 493억 원)의 적자를 실현했다. 

▶ 적자노선 폐지, 인원감축으로 비용절감 나선 항공사들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운항하고 있는 세계 최고 항공사인 싱가포르항공(Singapore Air)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뉴욕 논스톱비행을 종료했다. 이 노선은 1만 6,700km를 19시간에 걸쳐 비행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논스톱 노선이었다.

2004년 6월 이코노미와 비지니스 클래스 좌석으로 출발했지만, 2년 후에는 비지니스 클래스만 판매했다. 싱가포르-뉴욕 왕복항공권은 1만 달러(약 1,070만원)에 달해, 비싼 항공료로 인해 이용자가 적었다. 싱가포르항공은 최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논스톱 노선인 싱가포르-로스 엔젤레스 노선도 중단했다. 대부분 비지니스클래스로 운영되었지만 더 이상 경제성이 없어 운항을 중단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뉴욕 직항 노선이 폐지됨에 따라 이제 싱가포르에서 뉴욕에 가는 승객들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미국간의 직항노선이 폐지되고 유럽을 경유하는 것은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유럽 최대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항공(Lufthansa AG)은 아프리카 수단 직항노선을 2014년 1월 19일부로 종료했다. 이로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수단의 수도 하드툼 간의 항공서비스는 중단된 것이다.

지난해 초 네델란드항공사인 KLM도 암스테르담과 하르툼 노선을 폐지했다. 지난 12년 동안 운행되던 수단의 민간항공인 마스랜드(Marsland)도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사들은 비용상승과 승객감소를 이유로 수단 노선을 폐지하고 있는 것이다.

노선 폐지로도 비용점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항공사들은 대규모 인원감축을 결정했다. 최근 극심한 경영부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콴타스항공(Qantas Airways)의 노조는 구조조정으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기존에 발표한 5,000개보다 2배 늘어난 1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관리팀을 포함한 구조조정 인원을 현재 직원의 3분의 1인 1만 명까지 감소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콴타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의 항공시장 점유율 65%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달성보다는 오히려 손실만 내고 있다.

콴타스는 실직자 수에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았다. 향후 3년간 20억 달러(한화 2조원)이상의 비용을 삭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저가항공사와의 경쟁, 티켓 가격의 하락, 매출 감소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채무보증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채무보증을 거부함에 따라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절감노력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 보인다.

▶ 구제금융과 자산매각 등으로 회생방안 강구

이탈리아 정부는 국영항공사인 알리탈리아항공(Alitalia)을 살리기 위해 5,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5억 유로(약 7277억 원) 구제금융을 추진해 주요 주주인 프랑스항공(Air France)과 네델란드항공(KLM)으로부터 동의를 이끌어 냈다. 비상계획은 2억 유로(약 2910억 원)의 증자와 대출을 포함한다.

프랑스항공과 네델란드항공은 알리탈리아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원결정을 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명확한 계획을 내지 않고 있다고 불평한다.

유럽의 항공업계도 저가항공사의 난립으로 항공요금이 급락하면서 다수의 항공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알리탈리아의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더라고 회생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가 알리탈리아항공에 대한 구제금융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다른 유럽 항공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영국항공(BA)과 스페인 이베리라항공(Iberia Airlines)을 소유한 국제항공그룹(IGA)은 유럽위원회(EC)에 이탈리아 정부의 구제계획안이 불법이라고 제소했다. IGA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불법이며, 보호주의는 시장경쟁을 방해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EC가 불법원조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2대 항공사인 ANA를 보유하고 있는 ANA홀딩스는 본사 사무실의 임대규모를 줄여 2013년 ~ 2015년 3년간 임대료를 100억 엔(한화 1,020억 원)으로 절감하기로 했다. ANA홀딩스는 도쿄 본사건물과 하네다공항의 구 본사건물에 입주해 있지만 두 곳 모두 임대한 사무실이다.

본사 건물 8개 층을 4개 층으로 줄이고, 직원 60%를 감축한다. 또한 여행사업 부문은 임대료가 싼 빌딩으로 이전하고,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책상사이즈를 줄여 1층 당 배치인원을 현재보다 20%증가시키기로 했다. 하네다 시스템부문은 도쿄에 위치하고 있는 자사 빌딩으로 옮기고, 지점은 순차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벨기에 항공사 제트에어플라이(Jetairfly)는 4월 4일부터 수하물 규정을 더욱 강화해 무료위탁수하물의 최대 무게를 줄였다. 단거리와 중거리 노선의 경우, 최대 수하물 무게가 1인당 20파운드에서 15파운드로 줄었다. 장거리 노선은 25파운드에서 20파운드로 역시 5파운드 감소했다. 승객들은 초과 무게가 발생하면 1kg당 12유로(약 1만 7300원)를 내야 한다.

아일랜드의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는 기본 15kg에 초과금은 1kg당 10유로(약 1만 4000원)이나 시즌(비수기, 성수기, 준성수기)에 따라 1kg당 15~35유로(약 2~5만원)를 부과한다. 수화물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항공유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수화물의 무게를 통제하는 것이다.


▲일본 2대 항공사인 ANA 항공기(출처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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