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0국가] (44)필리핀-동남아 신성장국 도약위해 ‘부정부패 척결·치안확보·빈곤층 해결’ 필수
노인환 기자
2016-07-04 오전 10:56:42

필리핀은 16세기 에스파냐의 식민지로 편입되면서 기록의 역사가 시작됐다. 국명도 당시 에스파냐의 황태자인 필립 2세에서 유래됐다. 이후 1896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에 양도됐다.

1,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잠시 점령됐지만 미국이 다시 탈환했으며 1946년 7월 4일 독립을 선언해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오랜기간 미국의 영향으로 아시아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로 부상할 수 있었으며 사상적 기반도 건실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은 경제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코스의 장기집권과 이를 주축으로 한 사회지도층들의 부정부패로 국가경제는 전반적으로 침체하기 시작했다.

결국 1986년 피플파워(People Power)로 불리는 시민혁명으로 마르코스 정권은 붕괴됐다. 이후 경제개혁을 앞세워 경기회복에 주력하면서 신성장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정작 정치개혁에서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장의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49년 수교를 맺은 이후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 관광, 어학연수 등의 대표적인 대상국으로 알려져 있는 동시에 매우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도 혼재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P-50'으로서 경제적 파트너로 관계가 구축되고 있는 필리핀의 ▲주요 경제지표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한다.

◈ 연평균 경제성장률 5.0%대 ‘안정적이며 6.0% 달성 전망’...그러나 만성 무역적자, 최하위권 국민소득은 경제적 불일치의 단면

먼저 필리핀의 2015년 GDP 구매력지수는 7410억달러(약 855조원)로 2014년에 비해 5.8% 소폭 증가했다. 동기간 실질성장률은 5.8%로 전년 대비 0.3%P 다소 하락됐다.

2016년 1분기 성장률은 6.9%를 기록하면서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엘니뇨로 인해 농업 부문이 하락했지만 광공업과 서비스 분야의 강세로 목표치(6.0%대)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무역수지 현황을 보면 2015년 무역적자액은 80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확대됐다. 원재료 및 중간재의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십년간 만성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과 중국의 수요둔화로 수출액이 소폭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무역수지 악화로 국제수지 적자액이 2억달러를 초과했다.

주요 수출제품에는 전기제품, 기타 제조상품, 가구 및 목재제품, 코코넛, 파인애플, 마닐라삼 등이 있다. 수출대상국은 일본, 미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독일, 한국 등이다.

특히 전자제품의 수출이 전체 중 42%를 차지하고 있어 무역수지의 변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중 반도체 부문만 25% 이상을 점유해 수출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주요 수입제품은 전기제품, 광물연료, 운송장비, 철광석, 섬유, 곡물, 화학, 플라스틱 등이다. 수입대상국은 중국, 미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다.

올해 초 수입액이 조금씩 확대됐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철강의 수입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중국산 철강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전체 인구는 1억760만명이며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GDP(구매력지수)는 7300달러로 세계 153위에 위치해 있다. 동남아시아 신성장국이라는 타이틀과 맞지 않는 하위권 수준의 국민소득은 사회경제적 불일치 현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은 2016년 2분기 6.1%로 집계됐으며 전분기에 비해 소폭 상승됐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참고로 고용근로자의 50% 이상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농업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부문의 신규 일자리가 32만5000개 창출될 것으로 예상돼 노동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물가상승률은 2016년 5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6%로 집계돼 지난 1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기간 고열량 식품 및 비알코올음료, 담배, 의류, 신발, 가구, 가전제품, 헬스, 운송, 통신 등의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보면 2015년 공공부채는 GDP 대비 44.8%로 적정수준이며 정부부채는 36.3%로 18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예산적자비율은 0.9%로 지표는 안정적이나 전년도에 비해 적자액이 66%나 늘어났다.

정부는 2017년부터 향후 3년간 인프라 지출액을 GDP 대비 5% 이상으로 계획하고 있다. 세수액이 증가되는 추세지만 현재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브렉시트의 여파에 따라 재조정할 여지를 남겨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엘니뇨, 태풍 등 기후영향 큰 코코넛과 관광산업...금속시세 하락으로 광산업 둔화됐지만 가공공장 및 신규 프로젝트로 회복 시도

필리핀 역시 동남아시아의 특권 중 하나인 자연의 혜택으로 ▲코코넛 ▲관광 ▲광업을 3대 주요산업으로서 발전시켜 왔다. 지금부터 국가 기반산업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필리핀의 주력인 농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물인 코코넛은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다. 주산지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이며 필리핀은 세계 수출시장의 점유율이 40% 이상이나 된다.

코코넛 수출은 보통 2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코코넛 과육을 말린 코프라와 코코넛 오일이 있다. 특히 코코넛 오일은 필리핀에서 가장 중요한 농업수출의 소득원이지만 올해는 이상기후현상으로 생산성이 감소되고 있다.

코코넛무역협회(UCAP)에 따르면 2016년 1~4월 코코넛 오일 수출량은 약 21만톤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2% 감소됐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각 지역의 코코넛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주요인이다.

참고로 코코넛 열매의 원천인 코코넛 나무는 2년 연속 코코넛을 생산한 후 1년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주기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주기가 겹치면서 코코넛 재배지가 황폐화된 사례도 있다.

둘째, 관광부문은 휴양지와 교육부문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MICE 산업으로 비즈니스 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추세가 영향이긴 하지만 도서국가의 자연재해로 인해 관광산업에 큰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1월 발생한 슈퍼태풍 하이옌(Haiyan)으로 약 8000명에 달하는 실종자 및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관광지까지 크게 훼손되면서 자연관광 인프라의 실효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저렴한 물가, 드넓은 자연관광 인프라, 7000개가 넘는 도서지역의 특수휴양지, 개선 중인 국제공항 인프라, 도로구축을 통한 교통편의성 향상, 숙박시설 증대 등으로 관광산업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관광객 동향을 살펴보면 2016년 1~4월 외국인관광객은 207만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 증가했다. 동기간 관광수입액은 190억페소(약 4630억원)으로 약 4% 확대됐으며 관광객수 1위는 한국인으로 48만명이 방문했다.

셋째, 광업은 금,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으로 광물자원이 다양하며 전체 광물자원 매장량은 세계 5위에 위치해 있다. 주력제품은 구리와 니켈이지만 금속시세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업계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필리핀 2위 광산개발사인 아틀라스(ATLAS Mining)에 따르면 구리가격의 하락세로 2015년 순손실액만 8억1400만페소를 기록했다. 2015년 구리가격이 1파운드당 2.46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21% 떨어진 것이 주요인이다.

2013년 기준 필리핀의 광물 채굴지역은 40개가 있고 가공처리 공장은 2개를 운영 중이다. 채굴 지역 중 23개가 니켈을 채굴하는 장소인 만큼 생산성 역시 가장 높다. 하지만 니켈광산지역에서 오염물질이 유출되면서 조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최근에는 철강의 수입에만 의존하던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가공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건설회사 DMCI는 카라카스 지역의 철강가공공장을 완공했으며 월 2~3000톤 규모의 철강을 가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향후 2019년까지 11개 광산프로젝트를 계획했으며 투자액은 최소 1조페소로 예상하고 있다. 주로 니켈, 금, 구리 등의 개발사업으로 민다나오 지역에 다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 경제성장국이라고 하기엔 후진적인 정치사회적 문제 산적...올해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부정부패 척결’ 반드시 추진해야

필리핀은 2015년부터 산업화 추진, 인프라 투자, 천연자원 개발 등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전개돼 경기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에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농업부문은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경기성장과는 달리 빈부격차와 저소득층 문제로 불균형한 사회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해외 투자유치 및 정부지출은 확대하고 세금개혁을 통해 세수액 확보를 촉진하고 있음에도 정작 사회적 분배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빈곤율이 25% 내외로 세계 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불안한 치안과 부정부패도 만연해 있다.

2016년 6월 30일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71세)는 ‘마약과의 전쟁,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마약상 사살가능, 주류판매 시간제한, 뇌물수수 강력처벌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계획안에 포함시켰다.

물론 족벌정치라는 기성세력과의 불협화음과 공포정치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대대적인 혁신정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거의 부정적인 잔재들을 청산하지 않은 이상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대부분의 국민은 경제개발의 혜택에서 소외될 것이기 때문에 혁신만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필리핀 위치(출처 : 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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