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 (1)위대한 기업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며
민진규 대기자
2018-09-27 오후 8:50:02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한국인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꿨다.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 이래 가장 큰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사회적 충격은 컸다.

영세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한 때 잘 나갔던 대기업과 공기업이 망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길거리에는 실직자가 넘쳤고, 사람을 찾는 기업이 사라졌다.

국민들은 망한 나라를 되찾겠다며 집안에 보관하던 금 목걸이와 아이들 돌 반지까지 꺼내 모았다. 정부도 돈이 될만한 자산은 외국기업에 넘기면서 겨우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

전 국민적인 노력과 헌신 덕분에 표면적으로 국가경제는 호전되기 시작했고, 국가와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국민이 늘어났지만 특별하게 민초들이 대응책을 찾기는 어려웠다. 

◈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도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직장인들에게 IMF외환위기가 가져다 준 교훈이라면 평생직장은 없다는 것이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 근무를 보장하는 종신고용이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고용행태였는데 이것이 무너진 것이다.

직장인들은 누구나 기업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좋은 직장을 찾아 다녀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6∙25 이후 50년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직면한 평범한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헤쳐나갈 돌파구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IMF외환위기를 겪은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기업의 고용행태를 변화시켰다. 한번 고용하면 가급적 해고하지 않은 관행을 포기하고 상시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회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인력은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게 됐다. 빈 일자리는 해고가 까다로운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으로 채워 고용이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이 고용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높은 급여를 지급한다고 인식되면서 이들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생들이 늘어났다.  ‘신의 직장’, ‘신도 가고 싶은 직장’등의 수식어가 난무하지만 정작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수 많은 대기업이 망했고, 이에 못지 않은 숫자의 공기업도 통합되거나 사라졌다. 고령화, 주력 산업의 침체 등으로 국가재정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는 공기업을 무한정 지원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을 늘리고 있지만 비슷한 정책으로 나라가 거덜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을 보면 공무원도 미래가 밝지 않다. 남미의 자원부국인 아르헨티나도 공무원만 늘리다 나라가 파산했다.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인이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에 살고 있는 월급쟁이들 모두가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글로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리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서구 선진국에 미친 영향에 비해 한국 사회에 준 충격은 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금리를 인하해 시중에 돈을 풀면서 부동산 시장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독려하고 빚으로 집을 사라고 부추긴 결과 기업과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빚은 수천 조원으로 불어났지만 대부분 장부상 자산가치로 흥청망청 소비를 즐겼다. 이제 서서히 빚 잔치도 끝나가고 있다.

기업과 개인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비정상적인 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한 기업들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의 거품을 오판하고 덩치를 키운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위대한 직장찾기’라는 탐험을 시도했다. 연구를 하는 동안에도 다수의 대기업이 망했고, 이들 기어에 근무하던 많은 직장인들이 부역자로 몰려 길거리에 나앉았다.

공기업도 정권의 명령에 따라 지방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통폐합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 일부 영리하고 능력 있는 직원들은 재빨리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대다수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갔다.

모 언론에 103주에 걸쳐 국내 1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분석해 위대한 직장인지 평가한 결과를 연재했고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00대 기업이 아니라 100대 그룹에 소속된 수천 개 기업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진 기업조차도 경영자의 자질, 수익성, 성장성, 경쟁력, 기업문화, 윤리경영, 직원의 복지, 직원에 대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룹의 매출액을 포함해 역사,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다 보니 일반적인 서열과는 차이가 있었다. 일부 그룹은 분가를 해서 완전히 다른 기업이기는 하지만 유사한 기업문화를 가졌다는 이유로 함께 평가하기도 했다.

100대 그룹을 평가하고 난지 벌써 4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개별 기업 차원에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위대한 기업’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해 평가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평가모델보다는 아주 간단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표를 찾아서 적용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성장 잠재력이라는 2가지 지표로 주요 사업과 제품을 평가하려고 한다. 글로벌 경쟁력은 원가,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 등을 포함하고, 시장성장 잠재력은 국내외 해외로 구분할 예정이다.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인 모두 자신이 몸 담으려고 하거나 담고 있는 기업이 망하지 않고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쟁력과 성장잠재력 모두 글로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이미 모든 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의 대상에는 국내의 100대 그룹에 포함된 주요 계열사뿐만 아니라 공기업 등도 모두 포함된다. 일반인의 관심이 높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전, 코레일, KT 등의 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 계속 -

 

 


▲위대한 기업평가 모델(출처 : iNIS)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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