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50] 낮은 실업률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유럽의 운송 허브를 자처하는 네델란드
민진규 대기자
2014-12-15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채가 급상승해 재정위험 확대돼


네델란드는 유럽 알프스, 플란다스의 개, 풍부한 치즈, 큰 풍차가 연상되는 나라다. 1515년부터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아오다 독립운동을 통해 1579년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식민지 운용을 통한 동인도회사, 서인도회사 등을 설립했고 선박사업에도 진출했다. 1810년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약 4년 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1839년 다시 독립했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대표적인 농산물 수출국으로서 농업의 현대화 및 기계화의 선두주자다. 현재 유럽연합(EU)의 전신인 ECC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창립멤버이며 1999년 당시 유로화 도입에도 참가했다. 이후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유럽의 경제대국 10위 서열에 진입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자재정으로 전환해, 디플레이션 우려와 GDP구매력지수 감소

네델란드는 유로존(Eurozone)에서 6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2008년 이전에는 안정적인 노사관계, 낮은 실업률, 무역흑자의 지속, 유럽의 운송허브로 ‘안정적인 국가’로 인식돼 왔다. 산업활동 역시 글로벌 경쟁력이 될 만한 가공식품, 화학, 석유정제, 전자기계 등이 발전하면서 제조업 분야가 성장했다. 농업 부문도 노동력의 2%만이 종사하고 있지만 현대화 및 기계화된 특성으로 식품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가기반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부문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이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먼저 예산에 타격을 받아 2010년 GDP의 5.3% 적자로 전환됐으며 2011년부터 긴축정책을 시행했다.

2012년 경기침체에 따라 세수확보가 감축되면서 예산적자 규모가 불어나기 시작했지만 2013년 세금수입이 개선되면서 점차 안정세를 되찾았다.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경기의 수축,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가처분소득도 감소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제현황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무역수지, 예산 및 공공부채, 노동력 및 실업률, 주요 제품 및 물가상승률 등을 살펴보자.

첫째, 네덜란드의 2013년 GDP 구매력지수는 2012년 대비 56억 달러(약 6조2700억원)가 감소한 6997억 달러(약 783조6600억원)로 세계 24위를 기록했다. 전체 GDP는 2012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해왔지만 통화가치와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지수는 개선되지 않았다.

유럽 지역 디플레이션에 맞게 1.0%대의 물가상승률, 실업률의 상승, 소비심리의 위축이 주요인이다. 실질성장률은 2012년 -1.2%에서 2013년에 -0.8%로 상승했고 세계 202위에 위치해 있다. 올해 11월 경제성장률은 0.2%로 지난 9월에 비해 0.5%P 하락했지만 마이너스를 극복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GDP 구성비율은 가계소비(45.3%), 정부소비(27.7%), 고정자본 투자(15.7%), 재고투자(0.4%) 등이다. 2013년 기준 1인당 GDP구매력지수가 4만3300달러(약 4850만원)로 세계 18위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 되는 낮은 비율이다.

그만큼 내수시장의 의존도는 적지만 국가의 회생에 있어 국내수요가 뒷받침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위험성도 있다. 수출형 투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지 몰라도 국민들의 소비가 저하되거나 해외로 자금이 이전될 경우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둘째, 무역수지 현황을 보면 2013년 무역흑자는 659억 달러(약 73조8000억원)로 2012년 무역흑자 515억 달러(약 57조6800억원) 대비 144억 달러(약 16조1200억원)가 증가했다. 네덜란드 무역의 특징은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로 국가재정의 약 30%를 취한다는 점이다.

상품수출에 관해서는 세계 5위, 서비스부문은 세계 9위이다. 이 중 농산물의 수출은 세계 3위 이내에 진입하고 있으며 유럽지역에서 가장 큰 수출국이다. 2014년 8월 7일 러시아 연방정부의 유럽지역에 대한 식품수입 금지조치로 인해 토마토와 사과의 수출이 부진하다. 공급과잉으로 초과된 물량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폐기하기로 결정했고 추정 손실액은 3억9550만 달러(약 4008억원)다. 러시아가 야채 및 과일 수출대상국 중 2번째로 큰 규모이기 때문에 손실도 컸다.

 


2013년 기준 수출입 주요 대상국은 독일, 벨기에,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중국, 러시아 등이다. 유럽지역 간에 오가는 품목 중 닭고기 등의 가금류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은 편인데 올해 조류 인플루엔자의 검출로 공급대상국이 네덜란드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이전되고 있다.

셋째, 공공부채는 2013년 GDP의 74.3%로 6541억 달러(약 732조5900억원)이며 2012년 대비 3.0% 증가해 세계 35위다. 2008년 GDP의 45.3%였던 공공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DP의 58.5%로 급증한 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예산은 2013년 집행이 3155억 달러(약 353조3600억원)며 지출은 3393억 달러(약 380조원)다. 과지출로서 GDP의 3.3%인 238억 달러(약 26조6400억원)가 예산적자다. 2010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긴축정책을 시행하면서 예산지출을 줄이려고 했지만 연금, 실업수당 등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지출감소는 어려웠다.

넷째, 2013년 기준 노동인구는 전체인구 약 1680만 명 중에서 793만9000명으로 47.2%의 인구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 65위의 인구와 59위의 경제활동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2015년 7월 1일부터 유기고용 계약근로자가 해고돼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일정한 기간만 고용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침으로 고용과 사회보장에 관한 법안이 6월 국회를 통과했다. 고용시장의 시스템을 점차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노동비율은 농업(2.3%), 산업(18.8%), 서비스(78.9%)로 구성됐다. 농업의 경우 2~3%의 적은 비율이지만 그만큼 현대화된 농업 및 기계의 지원으로 부가가치 창출이 높다. 실업률은 2012년 6.4%에서 2013년 8.3%로 2.9%P 상승했다. 올해 3월까지는 8.8%로 고점을 찍고 10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8.0%까지 내려왔다. 고용시장은 큰 성장도 변화도 없는 상태이며 11월 실업률 추정치도 8.0%로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주요 농업제품에는 곡물, 감자, 사탕무, 과일, 야채, 가축 등이 있다. 최대 농산물 수출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농산물 생산과 더불어 병행사업으로 가공식품분야도 성장하고 있다. 주요 산업제품에는 금속 및 엔지니어링 제품, 전기기계 및 장비, 화학, 석유, 건설, 마이크로 전자공학제품 등이 있다.

전기기기, 화학, 석유정제의 기술력을 활용해 수출경쟁력으로 삼고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물가상승률은 2013년 2.5%로 2012년 2.5%와 동일했다. 올해 11월 물가상승률은 1.0%로 전월 대비 0.1%P 하락해 점점 둔화되고 있다. 1.0%이하부터는 디플레이션 위기라고 인식해도 무방하다. 

▶ 농업, 에너지, 제조업이 주요 3대 산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은 갖추고 있어

현재 네덜란드의 주요 경제현안 이슈를 살펴보면 국내총생산(GDP) 구매력지수의 감소, 실질성장률의 제로화 근접, 가계소비의 하락, 무역흑자 유지, 러시아 식품금수조치로 인한 손실, 최근 조류독감의 발견과 수출손실, 공공부채 및 예산적자 규모의 확대, 높은 실업률, 하락하는 물가상승률, 석유화학부문의 성장과 기술자 수요의 급증, 주택가격의 점진적 상승, 지난 6년 동안 자살 건수 증가, 경제위축심리의 심화 등이 있다. 경제적 현안 이슈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농업과 제조업을 2대 주요산업으로 지정했다.  

첫째,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농산물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이자 미국, 프랑스와 더불어 세계적인 과일 및 야채 수출국인 네덜란드는 농업을 전통적인 국가기반산업으로 지정했다. 농산물의 대부분은 유럽 지역으로 수출되며 식품가공기술, 바이오산업, 농업연구개발 등에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농업의 현대화, 기계화를 이뤘다.

시스템의 현대화뿐만 아니라 새롭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약 8만3000여 개의 관련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까지 달성했다. 생산성이 유럽연합 평균의 4~5배 정도에 달한다. 네덜란드가 농업강대국이 된 것은 온난 다습한 해양성기후, 국토의 상당부분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하지만 토양이 비옥하기 때문이다. 옥수수, 사탕무, 보리, 양파 등이 대량생산되는 주요 농작물이다.

둘째, 에너지부문으로 세계 2위 석유업체인 로열 더치 쉘(Royal Dutch Shel)이 이끌고 있다. 세계최대 석유생산업체로서 북해유전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의 유전개발 및 탐사, 생산, 석유화학제품까지 담당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기업으로 미국의 정유업체의 독점을 방어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1990년대부터 북해유전 시설물처리 문제를 놓고 그린피스와 대립하면서 이미지와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자본금을 충당하기 위해 회사 평균수익보다 낮은 성과를 내는 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150억 달러(약 16조원)규모를 확보했다.

문제는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탐사 실패비용의 발생과 경쟁사보다 높은 BOE당 교체비용으로 손실액이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태업으로 인한 니제르델타 지역의 기름유출사고, 파이프 훼손 등의 사건들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250명의 직원을 감원하라는 주주들의 압박도 거센 상황이다.

로열 더치 쉘은 최근 북극해, 이라크,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셰일 오일 매장량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100년 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너지부문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셋째, 제조업으로서 금속 및 엔지니어링 제품, 전기기계 및 장비, 화학, 석유, 건설, 식품가공 등의 분야가 발전돼있다. 모두 에너지 산업과 농업의 전방 및 병행사업, 일부 독립사업 등으로 영위하고 있다. 에너지의 경우 앞서 언급했던 석유업체 로열 더치 쉘의 화학 및 정유, 관련 제품생산이 제조업에 해당된다. 다음이 농업 부문인데 가금류 처리기계, 치즈기계, 감자처리기계, 포장기계 등 2차 농산물 가공산업의 주요 시설기반을 생산한다.

세계 대표적인 조명 및 가전제품 기업인 필립스(Philips)로 일반 소비품의 제조업을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주력 모태사업인 조명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헬스케어 부문으로 눈을 돌렸지만 여전히 네덜란드의 주요 전자제품업체로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네델란드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나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열 더치 쉘(Royal Dutch Shel) 해양 플랜트(출처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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