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인플레이션과 혼란으로 얼룩진 남미, 국가부도 가능성 높다
민진규 대기자
2014-06-23
막대한 석유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국가파산으로 몰려가는 베네수엘라, 온난화로 인해 어업량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는 페루

현재 삼바축제로 유명한 남미의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개최되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행사기간이지만 브라질은 각종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월드컵 개최를 위해 퍼 부은 천문학적인 재원을 빈민구제나 국가인프라에 투자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복지시스템에서 소외된 빈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은 월드컵이 끝나자 마자 빚잔치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이고, 아르헨티나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외환부족으로 디폴트를 선언해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작년 말부터 외환부족으로 주요 수입품목의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고, 밀가루를 배급제로 전환했다.

페루도 주력 수출품목은 구리 등 광산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가부도라는 검은 구름이 남미대륙을 서서히 덮어가고 있다. 

▶ 베네수엘라, '혼란스런' 경제는 회생가능성 낮아

베네수엘라는 2013년부터 6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 치안 불안에 따른 세계 최대의 범죄발생률, 생활필수품 부족, 대규모 반정부 시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부채 등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자유시장체제 파괴, 극심한 인플레이션, 심각한 국가부채 등의 현안 이슈가 산적해 있다.

첫째,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4월 29일부터 '공정가격'을 적용해 주요 소비품목의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세적 경제정책'이라고 칭하며, 오히려 가격이 상승되는 품목도 있어 국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중들이 주로 소비하는 닭고기, 커피, 쌀, 설탕 등의 가격이 인상됐고 특히 커피의 경우 2012년에 46.6볼리바르(약 7600원)에서 134볼리바르(약 2만2000원)로 비해 187% 나 상승했다.

둘째,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가 지난 4월 대비 6.2%, 2013년 동월 대비 74.8%로 대폭 상승했다. 이미 지난해 물가상승률인 60%에 육박해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던 경제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5월에는 월 평균식품비용이 1만9454.80볼리바르(약 315만원)에 달했는데, 최저임금이 4261볼리바르(약 69만원)에 불과해 최저임금으로 식품비의 21%밖에 충당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식품가격 외에 4월 대비 비용이 오른 주요 항목은 교육(2.0%), 주택임대료(0.9%), 의류(0.8%), 보건(0.6%) 부문이다.

베네수엘라 정부에서는 4월 말 최저임금을 30% 인상해 4261볼리바르(약 69만원)를 정했지만 물가상승폭이 커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셋째, 2000년 현 정부가 집권했을 때 국가부채가 2억1326만 볼리바르(약 345억48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 기준 258.7%로 증가해 7억6480만 볼리바르(약 1239억원)에 이르렀다. 2012년에 비해 9.9% 증가했으며 부채가 14년째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해외시장에 판매한 채권은 2억9728만 볼리바르(약 481억5900만원)지만 1.3% 감소했다. 국가부채는 전 세계적인 수준으로 봤을 때 중간 순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 나쁘다. 경기침체, 치안 불안 등과 복잡하게 얽히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관련 수출품이 수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세계 5위의 석유수출국이다. 석유생산이 국가에 재앙이 된 국가다. 가난한 국가에서 1918년 마라카이보 호수에서 처음으로 갑작스럽게 석유가 생산됨으로써 정치인의 부패 만연, 석유수출로 얻은 부의 불평등한 분배, 인플레이션, 유가하락에 따른 외채의 증가 등이 2014년인 현재까지 98년간 이어지고 있다.

우고 차베스대통령의 사망 이후 경제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최근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50억 달러(약 5조2400억원)를 풀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외화부족으로 인한 생활용품 수입 중단 등으로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 아르헨티나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디폴트 위기

며칠 전 미국 대법원은 남미 제 2 경제대국인 아르헨티나가 미국 헤지펀드에게 150억달러(약 15조2700억원)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01년 1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모라토리엄를 선언하고 일부 채권단과 채무조정을 했지만 헤지펀드들은 협상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현재 외환보유고가 280억달러에 불과해 다시 디폴트를 선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의 자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1월에 3.7%로 높았고, 2월에는 3.4%로 약간 낮았으며, 3월에는 3.3%로 조금 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지만 그 수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의 통화 평가절하의 영향이 점점 희석되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INDEC는 환율안정으로 인해 평가절하의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아르헨티나에서 70년대와 80년대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은 여러 번 있었다. 인플레이션은 한가지 요인에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시점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항상 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분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은 25.8%가 오른 반면, 물가는 28.4%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어려움을 경험한 근로자는 민간 부문으로 임금이 25.2%만 올라 28.4%가 상승한 물가에 비해 3.2%나 낮았다. 이들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생활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으며, 올해도 물가상승이 멈추지 않아 국가경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난 4월 10일 아르헨티나의 학교, 교통기관, 병원 및 기타 공공기관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규모 파업에 동참했다. 노동자들이 전국적인 파업을 단행한 것은 연간 30%라는 극도의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현재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정부에 임금인상과 세금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급격하게 줄어 들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물가폭등으로 인한 피해 역시 국민들이 고스란히 안고 있다.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면서 항공편 취소, 대중교통 이용불가, 학교교육 취소 등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병원도 의료서비스를 중단했으며, 비상체제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 기후변화가 남아메리카 경제에 가장 위협적

페루 리마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바다수온이 10% 높아짐에 따라 어업부문의 수출이 10%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바다물의 수온이 높아지는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농업과 어업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업은 8%에서 10%까지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커피와 설탕 심지어 아스파라거스와 아보카도로부터 생성하는 농업 출하량도 2%에서 4%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 연방준비은행(BCR)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수산물의 미국 수출액은 27억 2400만 달러(약 2조8602억 원)에 달했고, 농업의 미국 수출 총액은 41억 8100만 달러(약 4조3900억원)이었다.

세계 기후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LAC)지역 국가들이 205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06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매년 200억 달러(약 21조원)에서 300억 달러(약 31조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이전이 매우 효과적인 대응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가용할 수 있는 물의 부족이다. 일부 지역은 물 부족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안데스산맥의 빙하는 이미 15%나 축소되었다. 

페루는 물의 부족으로 수력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에너지부족량을 보전하기 위해 연간 15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까지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는 향후 20년 동안 수도의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로 1 억 달러(약 1,000억 원)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도 가뭄으로 축산업과 농업부문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어 국가경제에 주름살을 키우고 있다. 기후변화와 물 부족 사태는 이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농작물의 종류에도 영향을 미쳐 식량안보까지 위협하게 된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 대부분이 국가재정이 열악하고 가난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예산이 없어 선진국의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한국은 페루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 각종 수산물, 농산물 등을 수입하고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산품을 수출한다. 페루는 한국 기업들이 남미대륙에 진출하는 관문역할을 한다. 남미대륙이 한국의 주력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어 남미 국가들의 경제악화는 수출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페루의 경우 주력 수출품목은 구리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어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남미 국가들의 경제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1차 산업이 핵심이고, 이웃국가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한 국가의 경제위기는 이웃국가로 쉽게 전염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한 경제위기가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전경(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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