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글로벌 금광 및 금수요, 금 판매시장의 급속한 재편
민진규 대기자
2014-06-14
최대 소비국가인 인도와 중국의 수요에 따라 금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 높아,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와 중동으로 거래 중심이 이동 중

황금은 고대부터 신분과 부의 상징이며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분출하는 대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금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현재도 금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가장 높은 교환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금본위제도를 포기하면서 가치를 잃어가던 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2012년부터 거품이 걷히고 있다. 금 가격이 급상승한 지난 10년 동안 금에 투기한 세력들이 금 가격의 반등을 꿈꾸고 있지만 과거의 영화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며, 탐사와 생산기술의 발달로 금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은행들이 담합으로 금 가격 상승을 유도했지만 하락 중

세계 금 가격을 결정하는 단체는 런던귀금속시장협의회이다. 노바 스코티아은행(Bank of Nova Scotia-ScotiaMocatta), 바클레이은행(Barclays Bank Plc), HSBC은행(HSBC Bank USA), 소시에테 제네랄은행(NA and Société Générale),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등 5개 은행이 하루에 2번 전화회의를 통해 귀금속의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지난 1월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귀금속시장의 금, 은의 가격책정회원의 권리를 다른 금융기관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중앙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은행 금과 은 등 귀금속가격 조작혐의로 독일 연방금융감독위원회(Bafin)로부터 조사를 받아 왔다. Bafin은 지난해 12월 은행기준금리 담합 외에도 금, 은의 가격담합 및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고 도이체방크에 관련 문서를 요구했다.

도이체방크의 귀금속 가격 조작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 시장의 충격은 금리조작과 마찬가지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수요와 관계없이 금의 가격은 폭등했으며,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가격을 조작해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귀금속 가격조작혐의는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국제 금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체방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영국 정부는 최근 바클레이은행(Barclays)의 36세 젊은 직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된 2600만 파운드의 백금을 고의적으로 거래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금 가격을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때문에 백금의 가격은 폭락했고 이 직원은 파생상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 및 투자자들은 개인이 선물 거래가격을 결정짓는 현재의 시스템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가격결정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선물 거래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기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금 가격의 경우 2012년 9월 온스당 1750달러(약 185만 7000원)에서 2013년 12월 온스당 1225달러(약 129만 9000원)까지 하락했다. 최근 금 가격이 약간 반등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은 2013년 28% 내렸지만 올해도 최소한 6%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이유다. 세계 최대 금 수요국가인 인도와 중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금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의 과잉 유동성이 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향후 몇 년 동안 금 가격은 불안정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 탐사와 채굴기술 향상으로 금 생산량도 급증

최근의 예멘의 지질연수협회와 광물자원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예멘에서 약 30개의 금광 지역이 발견됐다. 금광이 발견된 지역은 Hajjah, Jadramou, Saada, Jawf, Abyan, Sana’s 등이다. Hajja 주의 Alharka지방에 묻힌 원광의 초기 추정치는 거의 390만 톤에 달한다. 톤 당 1~65g의 금이 포함되어 있다.

예멘에 있는 다른 지방의 금 보유량은 연구 자료의 부족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질연구자들은 원광석 1톤당 1~18g의 금이 함유된 금광이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진행된 최근 조사기관의 연구들에 따르면 Hadramout 계곡에는 대략 67만 8000톤의 원광이 묻혀 있는데 톤당 15g의 금을 함유하고 있다. 예멘이 조만간 세계 금시장의 핵심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금광회사인 리오 알토(Rio Alto Mining)의 자료에 의하면 페루에 보유하고 있는 광산에서 올해 1분기 금 생산이 47%나 급증했다. 페루에는 리오 알토의 자회사인 라 아레나 광산(La Arena mine)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금 5만 3463온스를 생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 금 생산량인 3만 6355온스보다 47%나 많은 양이다. 리오 알토는 2014년도 라 아레나 광산(La Arena mine)에서 금 19만~21만 온스를 생산해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전에는 연간 최고로 금 21만 4742온스를 생산한 기록을 갖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오시스코의 2014년의 설비 투자는 1억 2580만 달러(약 1217억 원)의 캐나다 마라르틱 광산을 포함해 1억 4800만 달러(약 1430억 원)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오시스코는 북동쪽의 온타리오 주 근처의 커클랜드 호수를 탐사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올해 금 생산량은 최대 금 52만 5000온스~57만 5000온스로 2013년의 47만 5277온스보다 최소 5만에서 10만 온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티오피아 광산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3/14년 회계 년도 첫 3개월 동안 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NBE)에 입금된 금수출 대금은 총 7160만 달러(약 759억 원)이다. 이 기간 동안 금 생산량은 1890킬로그램(㎏)이다. 1분기 실적만 보면 중앙은행에 공급된 금은 예상목표의 73%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대규모 금 생산국 중 하나인 중국 신장자치구 지질 광물국은 국가에너지 절약사업의 일환으로 지하에 있는 광물자원을 탐색한 결과 수백 톤의 금이 매장 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인도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금 소비국인데, 활발한 탐사활동 결과 생산량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 두바이와 상하이 등 신흥시장이 런던을 대체하고 있어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두바이 금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 두바이의 글로벌 금∙귀금속 무역거래가 750억 달러(약 79조원)로 전 세계 거래양의 40%를 차지했다.

두바이가 금 시장 주요 허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두바이의 금 거래는 2003년 60억 달러(약 6조 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 700억 달러(약 73조 원)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3년 거래 규모는 2012년에 비해 50억 달러가 늘어난 750억 달러(약 79조 원)에 달했다. 무역전문가들은 양으로 따지면 2250톤으로 연간 73% 증가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금의 총수요가 15%나 하락했지만, 두바이는 오히려 거래규모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중동지역의 금 소비가 증가한 것이 이번 거래량의 급등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두바이 금/상품 거래소(DGCX)는 이미 금의 선물거래까지 하고 있다.

2013년 두바이 귀금속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의 숫자는 475개인데 2012년에 비해 44%가 늘어났다. 참가 국가는 31개에 달한다.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를 금∙귀금속 거래에 있어 글로벌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두바이 다음으로 뜨고 있는 시장은 중국의 상하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해외 은행, 금 생산자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세계의 금 거래 대부분을 상하이에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금 생산자나 수입업자도 마찬가지다.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무언가를 찾고 있다.

현재의 선물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상하이 금 거래소는 세계의 금 거래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주 영국 바클레이 은행 직원이 선물거래를 조작하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세계 금 거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국 거래소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있어 대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상하이 금 거래소(SGE)는 정부 주도하에 금을 다량 보유한 세계 은행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HSBC,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은행 등 전통적인 금 다량 보유은행과 세계적인 금 생산지역의 은행들은 대부분 한 번쯤 상하이 금 거래소와 접촉을 한 상태다.

상하이 금 거래소는 현재 세계 선물거래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선물거래가 지난해 14만 7083톤이었는데 중국이 4만 1176톤이었다. 중국의 선물 거래는 자국에서만 이뤄졌는데도 이 정도 규모로 크다. 중국 정부는 아직 해외 투자자들에게 상하이 금 거래소에서의 거래를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 있어 외국인들은 완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완전 개방할 계획은 없다. 현재는 자국 은행, 광부, 소매점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부분 현물 중심의 거래를 하고 있다. 현물 거래에 있어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세계의 금 가격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원한다.

심지어 중국 ICBC(Industrial & Commercial Bank of China, 중국공상은행)는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도이치뱅크의 자리를 탐내기도 했다. 도이치뱅크는 금리조정과 금 가격 결정권을 포기했다. ICBC가 도이치뱅크가 포기한 자리를 탐내다가 최근에 취소했다. 상하이 금 거래소가 급속히 커졌기 때문이다. 상하이가 런던을 대체할 핵심 시장이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브릭(Barrick)의 금광 전경(출처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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