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61)삼성그룹의 기업문화-시스템은 경영도구와 운영(1)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시스템 경영의 중요성 부각
▲삼성직원들의 수행업무(출처 : 삼성 홈페이지)
국내 대기업의 경영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의 주인인 오너다. 오너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어떤 직책도 맡지 않으면서 ‘황제경영, ‘불통경영’, ‘독단경영’을 일삼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에 의해 경영된다고 하지만 이들의 역할이나 능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오너의 의중(意中)만 집중조명을 받는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삼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삼성전자만 글로벌 기업 계열사는 국내기업 수준 머물러
삼성의 계열사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글로벌 기업으로 칭하는데 무리가 없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삼성전자와 사업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글로벌 기업에 근접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없지는 않지만 냉정하게 보면 삼성전자의 부품납품업체로만 봐야 한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은 사업이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기업과 경쟁에서 절대적 경쟁우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국내기업으로 봐야 한다.
삼성에 이건희 회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의 부재 이후 삼성의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1987년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사망으로 삼성을 물려 받은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체질을 개선하고 외형적으로 대폭적인 성장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외부의 우호적 환경의 삼성의 발전에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열심히 따라준 직원들의 노력도 동일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 투쟁한 베이비붐 세대들은 ‘과로사(일에 너무 혹사당해 사망하는 것을 말함)’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열심히 일만 했다.
삼성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와 중동의 사막을 돌아 다닌 덕분에 한국경제가 이나마도 발전한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리더의 입장에서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만약 답이 ‘yes’이면 시스템 경영이 정착된 것이지만 답이 ‘no’라면 인치(人治)경영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삼성의 경우에도 이건희 회장의 부재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지만 뚜렷한 경영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등을 매각하고 삼성물산, 에버랜드, 제일모직 등 계열사의 복잡한 인수합병을 지휘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동안 모든 임직원들이 하나 같이 이건희 회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조직 전체가 우왕좌왕(右往左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여 년 동안 삼성도 소위 말하는 ‘스타 CEO’를 내 세워 오너의 리더십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했고 일정부문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으로 물러난 후 조직전반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고 자신만이 거대 삼성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의 경영진을 보면 대중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임원들은 전원 퇴진했고 새로운 인물들은 참모형으로 조직을 이끌 리더유형에 적합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이 인치를 고집하면 조직의 발전은 제한적이 된다. 삼성도 이건희 회장의 비전(vision)과 리더십(leadership)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을 이재용 부회장이 이어 받아 ‘Next 이건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비전체계를 수정∙보완하고 체계화할 필요성도 크다.
과도하게 일부 인사에 의존하는 현재 조직체계의 업무분장과 명령계통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 개인의 직관력과 통찰력은 수명보다 훨씬 짧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스템경영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삼성에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현재 이재용 체제의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오랜 부재로 인한 리더십 붕괴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글로벌 ICT산업의 경쟁 속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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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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