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61. 배꼽이 더 큰 신‘ 재생에너지 마을’… 돈 먹는 하마 될라
주택·건물 신재생 보급에 1725억 원 규모 지원… K-한류 콘텐츠밸리, 예산·노력에 비해 완성도↓
민진규 대기자
2023-03-09
조선시대 충청도·전라도·경상도(삼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경기도 안성시는 대구·전주와 함께 3대 상업도시에 속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집필한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이 삼남의 물산이 모이는 안성에서 과일을 매점매석해 엄청난 돈을 벌었을 정도다.

화려했던 안성의 입지는 일제가 경부선 철도의 경유지를 인근 평택으로 정하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철도가 물류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안성시의 중심지인 안성읍보다 경부고속도로 인근인 공도읍이 더 발전하게 된 이유다.

1998년 시(市)로 승격된 이후 인구가 소폭 증가한 안성시는 여전히 수도권의 발전 소외지역에 속한다. 6·1 지방선거에서 안성시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정치인 출신이 시장직 독점 유지

역대 민선 안성군수·시장은 이종건·한영식·이동희·황은성·우석제·김보라다. 민선1기 군수·1기 시장 이종건은 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 한영식·최병찬을 이기고 출마했다. 2기 시장 한영식은 1대 안성군의원을 거쳐 1기부터 도전한 끝에 2기에 당선됐다. 재임 중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실형이 확정되자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2기 재보궐·3·4기 이동희는 사업을 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2기 한영식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시장직에서 물러나자 2기 재보궐에 출마해 당선된 후 3선에 성공했다. 5·6기 황은성은 6·7대 경기도의원을 거치며 정치적 기반을 쌓았다.

7기 우석제는 농민단체인 가톨릭농민회와 안성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을 거치며 인지도를 얻었다. 40억 원대 빚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 밝혀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가 됐다. 7기 재보궐·8기 김보라는 9대 경기도의원으로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안성시장에 재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보라는 국민의힘 이영찬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김보라는 5대 공약으로 △안성역 개통 준비 및 역세권 개발 △전 시민 무상버스 단계별 시행 △산부인과·공공산후조리원·소아전담병동 건립 △공도, 인구 10만 명 명품도시 조성 △동부권 K-한류문화콘텐츠밸리 조성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진 이영찬은 △안성시민과 소상공인 1500억 원 규모 일상회복지원금 지급 △노인 65세 이상 월 10만 원 수당 지급 및 택시비 무료 지원 △최신 농업용 드론 100대 공급 △농민 기본소득 50% 범위 내 농협에서 사용토록 개선 등 7대 공약을 제시했다.


▲ 경기도 안성시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문화 공약 80% vs 경제공약 11%

8기에 당선된 김 시장은 선거 공보물에 8대 전략·47개 공약과 지역별 공약 63개 등 총 110개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후 김 시장은 △경제가 발전하는 안성(11) △소득이 증가하는 안성(14) △시민이 주인인 안성(15) △문화와 쉼이 있는 안성(15) △함께 사는 따뜻한 안성(17) 등 8대 전략·102개 공약으로 조정했다.

국정연은 김 시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102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7)·경제(12)·사회(61)·문화(21)·과학기술(1)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59.8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20.59% △경제 공약 11.77% △정치 공약 6.86%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98%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안성도시공사 설립 △시민제안 사업예산 200억 원 확대 편성 △안성시 시민감사관 확대 운영 △청년 시정 참여 확대 △원스톱 통합 인허가 조직 신설 △시청 민원행정 기능 분산‧시민 접근성 개선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대규모 산업단지 및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코로나19 충격 후 지역경제 회복 프로젝트 △로컬푸드 매출액 100억 원 달성 △농산물 가공센터 설립 △스마트팜 선도지역 육성 △신중년 재교육을 통한 취업 지원 강화 △청년 취‧창업 지원 확대 및 청년내일캠프 운영지원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원도심 활성화 사업 추진 △안성역 개통 및 역세권 개발계획 수립 △대규모 복합 물류단지 개발 △공도, 인구 10만 명 명품도시 조성 △친환경 에너지 보급과 도시 바람숲길 조성으로 미세먼지 저감 △신재생에너지 마을 조성 △산부인과‧공공산후조리원‧소아전담병동 개설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호수관광벨트 연계 관광‧레저산업 육성 △안성맞춤 공감센터‧평생학습관 조기 준공 △복합문화공간 조성 △동부권 K-한류문화 콘텐츠밸리 조성 △서안성 스포츠파크 조성 △구석구석 찾아가는 세계언어센터 운영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반도체 클러스터 편입 및 반도체 산업 육성 등으로 단출하다. 

◇ 세계언어센터 운영도 탁상행정의 전형

김 시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5점으로 겨우 평균 점수를 획득했다. 신중년 재교육을 통한 취업 지원 강화는 매년 4억 원씩 총 24억 원을 투입해 2021년 말 기준 4만8362명의 50~65세 중장년의 역량개발 교육을 통해 인생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경대학교 지역문화복합관 내 중장년 행복캠퍼스 1개소를 위탁 운영해 생애전환에 필요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중년의 취업은 본인이 희망하는 기업과 기업이 원하는 수요의 차이가 발생해 양자의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교육은 가능하겠지만 신중년의 삶을 다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안성시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9점을 획득했다. 신재생에너지 마을 조성은 매년 30~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1725억 원 규모의 주택, 상업·공공건물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비용의 약 80%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발전소를 대규모로 설치하는 사업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공약이다. 예산 대비 효율성이 낮은 무늬만 신재생에너지 마을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5점을 받았다. 구석구석 찾아가는 세계언어센터 운영은 10억9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경대학교 산학협력단 내 세계언어센터를 설치해 양질의 언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약 80여 개인데 몇 개까지 지원할 것인지 명확하게 확정해야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세계언어센터를 운영하려면 원어민 강사와 수강생을 확보하고 졸업생이 배운 언어를 활용할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21점을 획득했다. 동부권 K-한류문화 콘텐츠밸리 조성은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을 통해 동아방송예술대 부지 내에 대규모 스튜디오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사업이다.

대학교 부지에 민간투자를 받은 캠퍼스를 조성하려면 교육부 승인이 필요해 협상 중이다. 안성시가 간단한 행정지원은 제공할 수 있겠지만 콘텐츠밸리를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몫이다. 지리적 입지가 훌륭한 서울 성동구의 K-컬처허브도 투입한 예산과 노력에 비해 완성도는 낮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31점을 받았다. 청년시정참여 확대 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 조례 개정, 주민참여예산제 청년정책 분과위원회 참여 등을 통해 청년의 시정발전 제안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정은 전 세대를 아울러야 하므로 청년층에게만 시정 참여기회를 더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청년기본법 제3조 규정에 따른 19~34세 청년은 3만4847명으로 안성시 총인구 18만8634명 대비 18.5%로 대표성이 약하다.

종합적으로 김 시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102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39점으로 달성률은 52.4%에 불과하다. 재선 시장으로 공약 개발에 공을 들인 흔적은 보이지만 다수 공약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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