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과 화이트기업] (58)신경영으로 인한 고용파괴가 워킹푸어와 중년의 히키코모리를 급증시켜 사회불안 초래
▲기차역광장에서 고향에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중국 농민공(출처 : iNIS)
◈ 비용절감을 이유로 고용한 비정규직의 양산이 워킹푸어의 증가로 이어져
일본 기업의 신경영으로 초래된 고용빙하기는 고용파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고용이 파괴되면서 자연스럽게 임금파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종신고용을 파괴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예고됐던 일이다.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건비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만 펼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자료에 따르면 5인 이상 규모의 기업에 근무하는 일반노동자의 급여는 1999년 41만6867엔에서 2011년 40만3563엔으로 1만3304엔이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16만엔 정도가 감소한 것이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감소하면서 일을 하고도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급증했다.
1999년 803.7만명이었던 워킹푸어는 2011년 1069.2만명으로 265.5만명이 증가했다. 아베노믹스(Abenomics)로 기업들의 실적은 호전되고 있지만 직원들의 급여는 그에 상응해 상승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20~34세의 청년직장인에게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즉 자신만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청년 직장인의 비율은 2009년 44.0%에 불과하다.
대부분 부모의 소득이나 기타 소득에 의존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 직장인의 부모들도 베이비 부머 세대로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 두고 있다.
부모세대도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식들이 부모의 은퇴자금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민간기업의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은 420만4000엔으로 전년 대비 5만4000엔 증가했다. 실업률의 하락, 고용환경개선, 기업실적의 호조 등이 주요인이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이 484만9000엔, 파트타이머 및 파견사원 등의 비정규직은 170만5000엔으로 동기간 각각 7만2000엔, 8000엔 증가했다.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지고 구인난을 겪으면서 급여를 인상하고 있지만 아직 워킹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 부모의 연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중년 히키코모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일본 30~40대 청년들 중에서 가족과도 단절된 실업자가 200만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학교에서 과중한 학업과 이지메로 인해 청소년 시절에 외부와 단절하고 생활했던 히키코모리 (hikicomori) 가 나이가 들어도 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편의점이나 유통업체에 파트타이머나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급여가 낮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기업들이 정규직에게는 다양한 복리후생제도를 제공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낮은 급여에 가혹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블랙기업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배경에도 비정규직을 1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기업들의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일본사회가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년층에 대한 복지수요는 증가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청년층이 직장에 취직해 열심히 일을 하고 세금을 납부해줘야 사회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 대부분은 부모세대의 연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나이든 부모의 집에 동거하면서 연금으로 생활하던 중년의 히키코모리가 부모가 사망했음에도 연금을 타기 위해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허술한 복지 감시망을 악용해 10년 이상 부모의 사망사실을 숨기고 연금으로 생활하던 자식이 적발되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평생을 부모에 의존하던 히키코모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일본사회의 미래가 밝지 않은 대표적인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베총리가 ‘1억 총 활약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모토로 모든 국민들에게 열심히 직업전선에 참여하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히키코모리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계속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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