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과 화이트기업] (59)고용빙하기와 잘못된 기업의 채용제도가 청년층 자살급증으로 나타나
▲일본의 자살자 통계(출처 : 후생노동성의 자살대책백서)
◈ 고용불안을 이유로 198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동안 자살자가 3만명을 상회
일본기업의 신경영으로 인한 워킹푸어(working poor)의 양산과 히키코모리 (hikicomori) 의 증가가 자살자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격무에 시달리지만 급여는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급여만으로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발간한 ‘자살대책백서’에 따르면 1978년이후 자살자가 2만명이하로 내려간 적은 없다.
1988년 이후 2011년까지 연간 자살자수가 3만명을 넘었다. 2011년 기준 자살자는 총 3만651명으로 남자가 2만955명, 여자가 9696명으로 전년 대비 1039명이 감소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2009년 이후 매년 자살자가 급감해 2015년 2만4025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009년 자살자가 급증한 것은 25~74세 남성의 자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에는 25~34세, 35~44세 남성의 자살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연령층의 자살자는 감소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남성의 자살자가 급만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자살자수도 감소하고 있지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25~44세 남성의 자살은 여전히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파견사원, 파트타임 직원, 아르바이트 등의 고용을 줄이지 않고 있다.
20대 이하의 청소년이 취업실패를 이유로 자살하거나 히키코모리와 같은 폐인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도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취업빙하기로 인해 안정된 정규직의 자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진로고민, 우울증 등이 자살의 주요인이다.
◈ 문자메시지로 불합격여부를 알려주고 압박면접에서 인격을 모독하는 일은 사라져야
청년 구직자를 낙담하게 만드는 것은 정규직 자리의 부족만은 아니다. 일본기업은 채용결과에 대해 통보하는 것에 인색하기 때문에 합격통지를 기다리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구직자가 늘고 있다.
대개 구직자는 수백 곳의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업무편리를 이유로 합격자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한다.
불합격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일부 기업은 합격자와 불합격자 모두에게 휴대폰 단문메시지(SMS)를 보내 합격여부를 알려준다.
구직자는 혹시나 입사할 수 있을지 모르는 희망을 안고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기껏 날아온 결과는 ‘불합격했습니다’라는 휴대폰 문자가 전부라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서류전형을 어렵게 통과해 면접을 가도 ‘압박면접’이라는 명분으로 지원자의 사생활이나 인격을 모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입사하려는 지원자가 풍부하기 때문에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후보자를 채용하려고 다양한 전형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인사전문가들은 구직자도 기업의 잠재적 이해관계자라는 점을 감안해 적절한 수준의 대우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직원채용 공고를 신중하게 내고 심사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필요하게 많은 지원자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약 기업이 채용하고자 하는 지원자만 지원하도록 하려면 서구 선진국 기업처럼 공개채용보다 비공개채용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입사를 지원한 구직자 모두에게 납득할 만한 수준의 피드백(feedback)을 제공해야 한다. 면접을 온 구직자에게는 교통비와 식비 등의 명목으로 면접비도 줘야 한다.
젊고 우수한 청년들이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꺾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사회의 미래를 밝힐 등불이기 때문이다.
– 계속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장>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