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72. 활력 잃은 공단… 외국인 ‘코리안드림’의 성지는 옛말
‘e스포츠 메카’ 야심 크지만 전국 13개 경기장 성공한 곳 없어… 청년창업 생태계, 아이템 선정부터 관료주의 벽 넘기 힘들어
민진규 대기자
2023-03-29
수도권 최대 제조업체 밀집 지역인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품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는 1986년 경기도 반월출장소에서 시(市)로 승격됐다. 서울특별시 구로공단에 있던 기업을 이전하기 위해 조성한 계획도시로 1980~90년대 급성장했지만 2010년대 이후 쇠퇴 중이다.

입주한 기업 대부분이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 업종이지만 풍부한 일자리는 코리안 드림을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가 둥지를 틀 기회를 제공했다. 인건비가 상승하고 공해 단속 등 규제가 많아지며 공단에 있던 제조업체가 해외로 떠나거나 문을 닫으면서 도시의 활력이 사라졌다.

2010년 71만 명을 넘었던 안산시의 인구는 1월 기준 64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도심 재개발을 통해 인구 증가를 꾀하고 있지만 효과가 작아 고민이 깊다. 6·1 지방선거에서 안산시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시장·국회의원을 교차 출마 사례 증가

역대 민선 안산시장은 송진섭·박성규·박주원·김철민·제종길·윤화섭·이민근이다. 민선1·3기 시장 송진섭은 은행원 출신으로 13·14·16·18·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2기 박성규는 상공부(현 산업통산자원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3기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4기 박주원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5·6기 안산시장, 19·20·21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5기 김철민은 3기 경기도의원 선거에 도전해 떨어졌지만 20·2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현재 활동 중이다.

6기 제종길은 17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7기 윤화섭은 4·5·6기 경기도의원으로 안산 YMCA·안산문화원·안산발전시민연대 등에서 활동했다. 8기 이민근은 4·5·6기 안산시의원으로 재수만에 시장에 당선됐다.

6·1 지방선거에서 안산시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이민근은 6기 시장인 더불어민주당 제종길, 무소속 윤화섭·김만의와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이민근은 5대 공약으로 △청년 벤처도시를 조성하겠습니다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도시를 조성하겠습니다 △생애별 복지 도시를 실현하겠습니다 △초중고 통합 국제학교 설립을 지원하겠습니다 △문화 관광도시로 조성하겠습니다 등을 제시했다.

재선에 도전해 낙선한 제종길은 △권역도시개발(89블럭·초지역세권·대부해양레져) △반월공단 디지털전환 △3개 자치단체(안산-시흥-화성) 연계프로젝트 등을 개발했다.

7기 시장이며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화섭은 △기아차 유치 △수도권 급행철도(GTX)-C △시립 의료원·산후조리원 △주차문제 해소 △청년벤쳐벨리 등으로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 동포인 김만의는 △글로벌 회사 유치 △안산시를 문화 중심도시로 건설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내구성 중심 문화 산업단지 건설 등의 공약을 개발했지만 정당 정치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 경기도 안산시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문화 공약 79% vs 과학기술 공약 3%


8기에 당선된 이 시장은 선거 공보물에 청년국대 7공약·18개 세부 공약과 안산 10대 공약·30개 실천 공약, 안산 구석구석 8개 지역 36개 공약 등 84개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후 공약은 △소통과 협력으로 시민 중심 열린 행정(16) 등 10대 전략·118개 공약으로 조정됐다.

국정연은 이 시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118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11)·경제(9)·사회(68)·문화(26)·과학기술(4)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57.63%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22.03% △경제 공약 7.63% △정치 공약 9.32%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3.39%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건전한 재정 운영 △공정과 혁신으로 공무원 조직안정 및 조직의 역동적 운영 △시민 안전웹 운영해 시민안전 기여 △주민자치대학 개설해 주민자치 운영 △대송단지 토지이용계획 변경 및 인구 5만 이상 자족도시 발전계획 수립·시행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청년벤처기금 조성으로 벤처도시 육성 △고등졸업생의 창업·창직 지원 △반월국가산업단지의 미래형 산업단지 조성 지원 △안산 강소연구개발 특구 및 안산사이언스밸리첨단산업 거점 육성 △소상공인 자영업자 회복을 위한 지원 확대 △상권활성화재단 추진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범죄와 사고 없는 안전한 안산시 조성 △의료인프라 확충 및 지원 △에너지전환을 위한 수소 도시 조성 △신재생에너지 자립 도시 조성 △GTX-C 노선 조기 착공 △신안산선 연장 추진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권역별 반려동물 공원 조성 △외식사업 아카데미 운영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안산시 고유관광상품 개발 △미래창의혁신체험파크 조성 △초·중·고 통합 국제학교 설립(유치) △시민 디지털 리터리시 교육을 위한 안산시 디지털 혁신학교 운영 △안산시 E-스포츠 활성화 노력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시민참여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안산형 스마트시티 조성 △안산사이언스밸리 내 국책 연구원 등 유치 △미래산업(모빌리티) 혁신 클러스터 구축사업 확대 등으로 단출하다. 

◇ 지역 적합성 높은 공약이나 운영 능력 의문

이 시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3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청년벤처기금 조성으로 벤처도시 육성은 창업 및 중소벤처기업 등 투자로 기업의 유치·육성으로 지역 산업 활성화 도모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사업이다. 청년·기술·지역 중심의 창업 활성화를 통해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안산시가 연간 250억 원씩 4년간 1000억 원, 임기 이후 4000억 원 등 총 5000억 원까지 펀드를 조성할 가능성이 낮다. 2024년까지 4년간 투자해 4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은 달성이 쉽지 않다. 벤처기업은 자금투자에서 회수까지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안산시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33점을 획득했다. 안산시 E-스포츠 활성화 노력은 시비 1억2000만 원을 투입해 청소년의 건전한 여가활동 기여 및 E-스포츠 활동 촉진·건강한 E-스포츠 문화 확산을 위한 E-스포츠존 운영을 통해 메카도시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2020년 정부가 120억 원을 투입해 부산광역시·광주광역시 e스포츠경기장에서 개최한 e스포츠대회는 34건으로 기타 행사 72건의 32%에 불과하다. 지난해 초 기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e스포츠경기장은 전국적으로 13개에 달하지만 제대로 활성화된 곳은 거의 없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19점을 받았다. 건전한 재정 운영은 엄격한 재정분석을 통해 건전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안산시의 세입과목 개편 전 재정자립도는 39.30%로 지난해 39.73%보다 0.43%p 축소됐다.

2021년도 부채 규모는 유동부채 324억 원, 기타 비유동부채 430억 원 등 총 754억 원이며 2020년 601억 원 대비 25.48%, 2019년 518억 원 대비 45.56% 증가했다. 건전 재정의 개념 자체가 불명확해 완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9점을 획득했다. 고등졸업생의 창업·창직 지원은 만19~29세 고등학교 졸업생의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창업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총 16억 원의 시비를 투입해 4년 동안 연간 4억 원을 20명에게 2000만 원씩 지원한다. 고등학교 졸업생에게 적합한 창업 아이템을 공무원이 선정해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37점을 받았다. 시민참여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은 시비 3억7500만 원을 투입해 메타버스 자체 플랫폼 구축, 안산의 관광 및 문화자원 홍보, 행정 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한다.

3억7500만 원의 예산 중 1억97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플랫폼을 구축했는지 모르지만 적은 예산으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했는지 의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아도 시민이 참여하는 온·오프라인 도구로 관광홍보와 행정 서비스 제공은 가능하다.

종합적으로 이 시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118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31점으로 달성률은 52.4%에 불과하다. 3선 시의원으로 지역 실정을 잘 파악해 공약을 개발해 적절성·합리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측정 가능성·운영성은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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