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53. 요란한 공약잔치… 지자체 차원서 달성가능성 희박
다문화가정 중심 인구 늘리기, 출산환경 외면한 탁상행정. 경단녀 취업박람회도 양질 일자리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
민진규 대기자
2023-02-14
수도권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이 수상레저와 같은 레포츠를 위해 즐겨 찾던 곳이 경기도 가평군 대성리다. 북한강변에 조성된 야영장과 산책로는 청년 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에게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한 때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들었던 곳이지만 현재는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쇠락했다.

가평군은 경기도에 속해 있지만 강원도처럼 농업과 관광업이 발전했다. 풍부한 농산물 중 잣은 조선시대부터 유명한 가평군의 토산품으로 국내 생산량의 60%를 점유한다. 관광업이 활성화되며 2000년대 후반에 인구가 잠시 증가했다가 정체돼 있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인구유입 정책을 펼치는 가평군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6·1 지방선거에서 가평군수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정치인과 공무원 출신이 각축 중

역대 민선 가평군수는 이현직·양재수·이진용·김성기·서태원이다. 민선1·2기 이현직은 경기도청 지방공무원 출신으로 관선 27·32·33대 가평군수를 지내며 인지도를 높였다. 3선에 도전했으나 양재수에 밀려 아쉽게 낙선했다.

3·4기 양재수는 3대 경기도의원을 지낸 후 1·2기 선거에 출마했으나 이현직에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다가 삼수 끝에 당선됐다. 4기 재임 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군수직을 상실했다.

4기 보궐·5기 이진용은 5·6대 경기도의원을 거치며 정치적 기반을 닦았다. 이진용은 재임 중 뇌물을 받은 것이 발각돼 이현직과 마찬가지로 불명예 퇴진했다.

5기 보궐·6·7기 김성기는 가평군 공무원으로 33년을 근무한 후 정치인으로 변신해 성공했다. 8기 서태원은 김성기와 동일하게 가평군에서 다양한 직책을 설렵한 공무원 출신이다.

6·1 지방선거에서 가평군수에 당선된 국민의힘 서태원은 더불어민주당 송기욱, 무소속 박범서·강태만·장세민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서태원은 5대 공약으로 △미래형 스마트농업 육성 프로젝트 △문화·관광 콘텐츠(K-한류) 구축·홍보 △지역균형 발전 및 미래를 위한 청사진 제시 △인구유입 효과 극대화 방안 및 교통 인프라 강화 △보건의료시설 확충 및 바이오산업·디옥시리보핵산(DNA)센터 등을 제시했다.

낙선한 송기욱은 △국공립 종합병원·산후조리원 건립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연장 △세계한류문화센터 건립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진 박범서의 공약은 △제2 경춘국도 노선 변경 △제2 외곽순환도로 연계 도로 개설 △여성창업·취업지원 전담팀 운영 등이다. 다른 무소속 후보자의 공약은 △응급의료 진료센터 운영 추진 △마을 공동체와 사회적 기업 육성 △쓰레기소각장 신설 등으로 다양했다.


▲ 경기도 가평군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문화 공약 79% vs 경제공약 12%

8기에 당선된 서 군수는 선거 공보물에 7+12 정책공약,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관광지식산업 공약 6개, 6개 권역 읍면별 세부공약 38개 등 총 63개의 공약을 게재했다. 당선 후 공약은 △군민 중심의 경제·농업 정책(9) △문화가 융성한 관광콘텐츠 육성(13) △생활인구 10만의 자족도시 완성(6) 등 7대 목표·54개 사업으로 조정됐다.

국정연은 서 군수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54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4)·경제(7)·사회(28)·문화(15)·과학기술(0)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51.85%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27.78% △경제 공약 12.96% △정치 공약 7.41%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 △민원정책관제 및 감사관실 신설 △예산 및 사업 유치를 위한 서울사무소 설치 △환경부 대응 환경정책자문회 설치·운영 등으로 단출하다.

둘째, 경제 공약은 △소상공인 생존·활력 프로그램 추진 △일자리 창출(다문화·군인가족·경력단절 여성 등) △글로벌 가평농업프로젝트 △직거래장터 활성화 △스마트팜 기술보급사업 추진 △산림자원 가공산업 육성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3개 권역별 청정산업단지 기반 조성 △인구증가정책 수립(다문화가족 중시) △명품주거단지 1만 가구 건설 목표로 주거문제 해결 △북면도시공원 야간 경관 조성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 유치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평생학습관 건립 및 교육사업 프로그램 편성 운영 △미영연방 관광안보공원 조성 △운악산 관광레저단지 조성 △밀리터리 콘텐츠 테마파크 조성 △드론 아카데미 확대 운영 △청소년 해양교육센터 건립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1개도 없다. 가평군이 농촌지역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공약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 인구 증가·일자리 창출 성공 불투명

서 군수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2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구증가정책 수립은 예산 2200만 원을 투입해 2023년 말까지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인구를 늘릴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중앙 정부가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도 찾지 못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도 낮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할지라도 산부인과·어린이집 등 출산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다수는 모국 가족에게 보낼 돈을 벌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많다. 아이를 많이 갖고자 하는 수요가 높은 것도 아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가평군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2점을 획득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는 연간 20대의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확보하겠다는 사업이다. 2020년 기준 가평군에 등록된 전기차는 115대로 2019년 67대 대비 71.6% 증가했지만 충전소가 더 필요한지 의문이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0점을 받았다. 글로벌 가평농업 프로젝트는 임기 내 3억8300만 원을 투입해 농가·작목반 생산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신선농산물 수출 품목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다.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수출보다 국내 판매가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농산물이 많으며 가평군에서 수출경쟁력이 강한 농산물도 찾기 어렵다. 글로벌 수준에 적합한 농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점도 평가에 감안했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8점을 획득했다. 다문화·군인가족·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총 4억9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력단절 여성 취업박람회 연 1회 개최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공공근로 일자리는 공급하겠지만 대상 주민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은 낮다. 단순 행정사무 처리에 익숙한 공무원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2점을 받았다. 명품주거단지 1만 가구 건설 목표로 주거문제 해결은 전액 민간자본으로 2조3256억 원을 투자해 가평읍·설악면·청평면 일원에 총 1만2128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0년 기준 가평군은 2만5652가구에 2만8765호의 주택을 보유해 주택보급률이 118.0%에 달해 주거문제는 없다. 인구가 정체된 상황에서 명품주거단지를 건설한다고 인구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달성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합적으로 서 군수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54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04점으로 달성률은 41.6%에 불과하다.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낸 서 군수가 달성할 가능성이 낮은 공약을 무리하게 개발한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지역 주민이 공약 추진상황을 면밀하게 감시할 것이라 믿는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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