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01. ESG 경영의 역사와 이슈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민진규), ESG 경영을 평가할 수 있는 ‘8-Flag Ecosystem’ 개발
김백건 기자
2022-03-07
지난 몇 년 동안 기업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입에 가장 많이 올리는 단어가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이하 ESG)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면서 윤리경영을 강조하다가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갑자기 환경이 경영의 주요 의제로 부상했지만 ESG 경영은 윤리경영의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서유럽과 미국 기업을 강타한 ESG라는 용어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경영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문어발 사업 확장과 더불어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명확하고 기업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던 국내 대기업들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초등학생조차도 알고 있는 ESG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국내 전문가는 거의 전무하다. 국내외에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하는 지표가 600개가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넘쳐났던 것과 같은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ESG 경영의 도입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 기업과 경영자의 고민을 해소하고자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민진규)는 ESG 경영을 평가할 수 있는 ‘8-Flag Ecosystem’을 개발했다.


▲ ESG 경영의 헌장 제정과 제도운영 체계도 [출처 = iNIS]


◇ ESG 경영은 20년 이상의 역사로 변화 및 발전 중

ESG 경영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두문자어로 ‘기업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경영자에게 생소한 ESG 경영의 역사는 1998년 렙리스크(RepRisk)가 지배구조(Governance)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하기 시작한 이후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과 환경(Environment)으로 초점이 확산됐다.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후 20여년이 흘렀다.

이어 1999년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2005년 Corporate Knights Global 100, 2006년 Bloomberg ESG Data, 2008년 Sustainalytics, 2009년 Thomson Reuters ESG Research Data 등이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평가 대열에 동참했다.

최근 들어 해외 투자자, 금융기관과 소비자가 거래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어떤 기업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한국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이해하고 윤리경영(Business Ethics)에 초점을 맞추기에도 급급했는데 이제는 더 복잡한 ESG 경영이라는 큰 산을 마주한 셈이다.

특히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2016년 영국 글래스고 ‘UN 기후변화협약 COP 26’ 등을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 아젠다는 진화해왔다. 사람과 지구가 공존공영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기업활동의 묘수를 찾는 여정이었다.

기업경영도 1990년대 주주가치를 중시하던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가 2000년대 들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s Capitalism)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졌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2019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성명서를 시작으로 2020년 ‘다보스 매니페스토 2020’, 2021년 ‘다보스 아젠다 2021’로 발전했다. 성장(progress), 사람(people), 지구(planet)라는 3개 축으로 재정립되면서 현재 모든 경영자가 인식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완성됐다.

◇ 화려하게 포장하고 위장한 짝퉁 ESG 경영이 확산되며 우려 제기


2021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한국전력(이하 한전)에 대해 투자를 중단하겠다며 경고했다.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네델란드 연기금(AFG)도 한전 지분을 매각했으며 국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회사들도 석탄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파장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회사뿐만 아니라 철강산업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2020년 10월 국민연금이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할에 반발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타인의 자산을 관리 및 운영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UN 사회책임투자 원칙 중 첫 번째가 ‘우리는 ESG 이슈들을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에 활용한다’일 정도로 글로벌 차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랙록(BlackRock)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칼라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 투자청(GIC) 등 글로벌 자산 운용회사들은 투자를 집행하기 이전에 ESG 이슈를 철저하게 점검한다.

자산이 2021년 말 기준 US$ 8700억달러로 세계 1위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비인도적인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 방산업체, 환경을 훼손하는 광산기업, 인권을 훼손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 등에 투자하지 않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국의 한화그룹을 투자 대상에 제외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경영진이 투자 유치나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외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 때문에 ESG 경영 성과를 부풀거리나 화려하게 포장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거버넌스와 사회적 책임은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환경은 사소한 노력만으로도 포장이 가능해지면서 소위 말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자사의 친환경적 측면을 실제 영향보다 과장하는 경향’을 말한다. 무늬만 친환경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선한 부문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도 채 되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ESG 경영을 조망하는 현명한 투자자라면 그린워싱을 충분하게 걸러낼 수 있지만 국내 기관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들은 그러할 능력이 부족하다. 실제 불분명한 ESG 경영 평가 기준과 평가기관의 난립으로 투자자뿐만 아니라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도 혼란스러워한다.

물론 기업이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지름길로 ESG 경영을 선택해 추진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거나 화려하게 포장할 수 있는 성과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평가기관만을 선택한다. 결과를 화려하게 포장하거나 과장 해석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게 한다고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강화되거나 지속가능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든 망하지 않고 영속적으로 존속되면서 꾸준하게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기업의 생존은 화려한 포장이 아니라 강화된 체질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모방이나 위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선진국의 음모론은 차츰 설득력을 잃어가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

ESG 경영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환경인데,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양호한 평가를 받는데 매우 불리하다. 제조업은 자연을 파괴해 원자재를 확보하고, 이를 가공해 부품이나 완성품을 제조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가 사용한 제품을 폐기할 때도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및 독일과 같은 첨단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도 환경 평가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 에너지 효율적인 친환경 설비를 개발하고 운영했기 때문에 제조업에 편중된 한국보다는 유리한 편이다.

ESG 경영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면 신흥공업국인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기업들은 정상적인 경영조차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일각에서 ESG 경영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후발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과 산업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선진국들은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도 편리하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산업혁명 이후 유럽과 북미의 경쟁력 우위가 지속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도 ESG 경영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백 년 동안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한 후진국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유발된 피해가 후진국에 집중되면서 음모론은 차츰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을 설파하기 위해 투입하는 노력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찾는데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가난한 국가의 측면에서 ESG 경영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 중 다른 하나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이 단어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가격이 오르면 저소득 국가와 가난한 사람들이 재화의 구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부 제품에서는 친환경 경영으로 인해 제조원가가 급격하게 늘어나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SG 경영은 ESG 경영 헌장(Code)을 제정하고 이를 완전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제도운영(Compliance)이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구비한다고 해도 경영진, 임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등 이해관계가 모두가 합심해 노력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해관계자의 공감대(Consensus) 형성이 중요한 이유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처 = 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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