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을 보내자] (4) 초고령화가 만들어 낸 일본의 ‘작은 장례식’...사회경제적 동향 비춰 한국에서도 머지 않아
▲고급 장례식장 모습(출처 : osohshiki)
현재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가 더욱 심화되면서 주변에 친족 및 지인의 부재로 임종을 지켜줄 사람이 없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전통적인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장례식의 절차와 비용 등을 모두 간소화한 ‘작은 장례식’이 일본 사회에 정착되기 시작했다. 누구나 겪게 될 최종 도착점이자 가장 큰 걱정거리로 손꼽히는 장례식 문화가 현대 사회상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
본지는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산업인 작은 장례식의 ▲개념과 배경 ▲절차와 종류 ▲현재 작은 장례식 동향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기존 장례식에 비해 간소화된 ‘작은 장례식’ 모습(출처 : osohshiki)
고령화사회가 빚어낸 가족과 돈의 문제...그 속에서 태어난 ‘작은 장례식’
작은 장례식은 해당 업계에서 '추가요금 없이 정해진 금액으로 장례식을 치르는 정액서비스‘를 내놓은 장의사를 뜻하며 비용의 절감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장례식으로서 의미가 강하다.
작은 장례식이 등장한 배경은 ▲장례식에 지출되는 고비용 문제 ▲개인화로 초래된 독거노인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소비자협회의 제10회 '장례식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례식의 평균 비용은 189만엔(약 2000만원)으로 매우 높게 집계됐다.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 장례식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불교출판업체인 가마쿠라신쇼의 ‘제1회 장례식에 관한 전국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0% 이상이 장례식 가격정보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발생되는 추가요금에 대한 요구로 최초 전화나 온라인으로 접했던 가격과 실제 비용의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또한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적어지고 혈연, 지연의 교류가 끊기면서 ‘공동체가 개인화’로 변해가는 것도 작은 장례식이 생겨난 주요 배경이다.
노후기간이 연장되면서 노인들이 임종을 맞이할 무렵에는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이 더욱 줄어들거나 가족조차 없는 ‘독거노인’이 생긴다. 결국 소규모의 장례식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추가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정액 서비스 ▲장례절차와 인원을 줄인 저가형 형태로 ‘작은 장례식’이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다.
▲왼쪽부터 화장만 진행하는 직장, 하루만 지내는 1일장, 소규모 가족장(출처 : osohshiki)
간소화된 장례식과 다양해진 묘형태...현대에 맞춰지고 있는 장례식 문화
작은 장례식에서 장례절차가 간소화된 예로는 ▲장례식 자체를 생략하고 화장만하는 ‘직장’ ▲기존의 3일장에서 기간을 줄인 ‘1일장’ ▲가족과 친척 지인을 20~30명의 소규모로 초대해 장례를 치르는 ‘가족장’ 등이 있다.
묘에 대한 선택도 매장이나 사찰을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매우 다양해졌다. ▲나무를 묘비로 하는 ‘수목장’ ▲무덤을 만들지 않고 뼈를 바다에 뿌리는 ‘해양산골장’ 등이 있다.
이외에 독특한 방식인 ▲뼈를 팬던트나 병 등의 액세서리에 넣어 집에서 보관하는 ‘수중공양’ ▲화장 이후 뼈가루를 우주선에 실어 날려 보내는 ‘우주장’ 등 현대인의 가치관에 따라 자유롭고 다양한 장례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비용은 종류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통 화장만 진행하는 작은 장례식은 평균 20만엔(약 210만원)이며 하루만 진행하는 1일장은 평균 30만엔(약 320만원)이다. 기존의 장례식에 비해 최소 1/5수준까지 저렴하다.
또한 장례절차를 사전에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 작은 장례식의 수요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은 장례식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유니퀘스트온라인’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에 4000건 정도였던 소규모 장례식이 2014년에 1만4000건으로 확대됐고 2015년에는 2만건을 초과했다.
▲작은 장례식 의뢰 중 50%가 ‘화장만 진행하는’ 장례식 선택(출처 : osohshiki)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작은 장례식 수요 높아...고령화 단계 밟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냐
가마쿠라신쇼가 2014년 전국 장의업체 21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장례식 통계에서는 장례식 참석자가 31명 이상인 일반장은 전체의 42%, 30명 이하의 가족장은 32%, 직장과 1일장은 각각 16%, 9%로 나타났다.
이처럼 30명 이하의 소규모 장례식의 비율이 이미 6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직장’으로 장례식을 치른 소비자 중 60%가 ‘경제적 여건’에 따른 선택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비용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고령화 절차를 따라 밟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일본의 작은 장례식을 벤치마킹한 간편 장례식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용과 허례허식이 많은 한국식 전통장례식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빈곤층이 확대되고 있는 독거노인과 단일화된 가정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장례식의 소규모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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