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과 화이트기업] (49)2014년 일본 블랙기업 대상 야마다전기의 과로사도 일본 사회의 고질병이 근본원인
민진규 대기자
2016-08-29 오전 10:16:00
 

 

▲야마다전기의 홈페이지 

◈ 일본사회의 왕따문화와 실적에 대한 압박이 블랙기업을 양산

2014년 일본 최대 가전양판점인 ㈜야마다전기가 일본 블랙기업 대상을 수상했다. 야마다전기는 2013년에도 블랙기업에 선정됐기 때문에 2년 연속 수상을 한 것이다.

야마다전기는 2004년 당시 29세인 계약직원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계약직원은 상사로부터 인격모독 등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7년 23세에 불과한 직원이 과로사(過労死)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전양판점의 특성상 잔업과 휴일근무가 일상화돼 있으며 실적달성에 대한 압박감이 높은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다.

일본은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항상 플러스 성장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외부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과중한 수준의 업무를 할당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이 관행화되면서 과로사하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은 연공서열(年功序列)로 상사보다는 부하직원에게 과도한 업무가 집중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은연 중에 강제하고 있어 신입직원이 목표를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

일본사회는 학교나 직장 모두 ‘왕따’가 성행하고 있어 직장인 누구나 조직에서 외톨이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상급자에 의한 왕따나 괴롭힘을 의미하는 ‘파워하라( Power Harassment)’라는 말도 일상화돼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의 기준에 따르면 야마다전기의 직원 중 과로사의 가능성이 높은 직원이 2013년 9월 기준 46명에 달한다는 내부문서가 언론에 보도됐다. 

◈ 검사의 자살로 국내 기업의 파워하라가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남

한국 서울의 남부지검에 근무하던 검사가 상사의 폭언과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처음에는 단순 자살사건으로 몰고 갔지만 유족과 동료들의 반발로 인해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검찰은 수사기관이라는 조직의 특수성과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해 검사와 같은 소속 구성원도 의지가 강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무너뜨린 사건이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보면 상사의 구박과 폭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일본 블랙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괴롭힘인 파워하라와 유사했다.

부하직원을 괴롭힌 상사는 업무를 잘 가르치려는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였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이 밝혀진 초기만 하더라도 검찰은 사건을 축소하고 덮기에 바빴다. 일부 괴롭힘이 있었지만 통상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아 처벌의 필요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여론의 추이만 살피다가 결국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전〮현직 고위직 검사가 연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다.

사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은 검찰조직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부분의 직장에서 왕따, 폭행, 성희롱 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다년간 지속된 행위가 관행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다른 관리자도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자기의 행동이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는 많지 않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서 파워하라가 발생하고 있으며 부하직원들은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하고 있다.

일반인의 상식과 달리 좋은 직장일수록 상사의 파워하라는 교묘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취업 빙하기로 인해 괴롭힘이 일상화돼도 퇴직을 선택하기는 하기는 어려워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계속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장>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Estimate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