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 20. 김민석 국회의원 인터뷰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금융정책에 대한 명확한 전략 수립이 우선, 국제환경은 서울을 금융허브로 만들 적기로 성공 가능성 높아
15일 정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개최해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KDB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게 내비쳤다.
부산광역시는 부산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면 KDB산업은행뿐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과 수협중앙회도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기술보증기금 등을 유치했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는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한 찬반양론을 듣고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중앙 정부와 서울특별시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문제점·개선책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조윤승 KDB산업은행노동조합 위원장, 김두관 국회의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만난 사람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서울시 ‘영등포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서울 금융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했다. 최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인터뷰 중인 김민석 의원 [출처 = iNIS]
◇ 서울 힘 빼기보다 여의도 금융특구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
김 의원은 1985년 서울대 총학생회 회장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으며 15·16대 국회의원을 거쳐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이력을 갖고 있다. 18년 만인 21대에 당선되며 3선 의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 의원에게 정치 이력과 지역 균형발전 등에 관해 질문했다.
-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데.
“초선과 재선 때는 재경위원회 및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들 위원회는 인기도 있지만 핫한 상임위라 선택했다. 초선 때는 재경위원회를 가기 어렵다고 생각해 보건복지위원회를 신청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는 보건복지위가 비인기 상임위였으나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이슈인 민생을 다루고 있고 관련 예산도 커졌다. 과거와 달리 보건·복지·바이오 등 다루는 분야도 많고 이번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본 것처럼 국민의 건강, 민생과 직결된 중요 상임위가 됐다.”
- 지역 현안 중 가장 큰 현안은.
“영등포구는 지역이 복합적이어서 여의도·신길동·대림동 각각 굉장히 성격이 다르다. 여의도는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인 것이 제일 큰 현안이다. 전반적인 재구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길동은 뉴타운이 들어서며 공원을 포함한 주거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대림동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으며 다문화가정이 많고 개발 과제가 상당하다.”
- 서울도 강남과 강북이 다르듯이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최근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방의 사정은 어렵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따라서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한 지역 균형발전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의료· 문화와 관련한 격차를 해결해 주지 못하면 지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이 있는지.
“한 가지 방법보다는 교육·의료 등을 종합해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보건과 관련해서 지방에서 제일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병원과 의사 부족이다. 공공의대를 설립해 해결하자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과 지방대학을 연결해 대학도시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현재 윤석열정부가 여의도에 본점을 두고 있는 KDB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산업은행의 이전 논란은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와 연관된 이슈다. 금융 중심지 정책이 처음 나온 것이 2003년 노무현정부 때다. 그 이후 금융중심지법도 제정하고 3년마다 금융 중심지 계획을 발표했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최근 국제적으로 외부환경이 한국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어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외부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우선 국제정치 환경을 보면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 미중분쟁 격화 등으로 홍콩 및 중국 도시들의 국제금융도시로서 매력이 떨어졌다. 홍콩에서 있던 금융기관이 홍콩을 떠나는 이른바 헥시트(Hexit·Hong Kong+Exit)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핀테크·블록체인 등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이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도시의 금융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 산업은행 이전보다 선행돼야 하는 과제가 있는지.
“산업은행 이전과 같은 서울 힘 빼기가 아니라 국회 이전이 예정된 서여의도 지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금융특구로 개발해야 한다. 블룸버그나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경제금융 전문 언론사의 아시아 지부를 유치하고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 협력 강화, 우수한 국제학교 건립, 수준 높은 의료시설 확충 등 정주환경을 국제도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 외국인이 한국에서 생활할 때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영어인데.
“홍콩, 싱가포르 등이 영어로 생활이 가능해 외국인이 좋아한다. 영어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많이 고민해 봤다. 과거 영어 공용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현실적으로 효과는 없으면서 불필요한 논쟁만 초래했다. 영어교육을 강화하거나 방송에서 영어 자막을 쓰는 등 다양한 방식의 병용 정도로 접근하면 좋겠다.”
- 국제학교와 같은 외국인의 정주여건 개선도 필요한데.
“서울에 있는 주요 금융기관이 모인 금융 중심지는 여의도인데 여의도에 국제학교가 1개도 없다. 외국인이 가족과 한국에 와서 체류하면 자녀의 교육도 큰 문제이므로 해결해 줘야 한다.
종래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이 국제학교 설립 등에 부정적이었는데 최근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공간이 충분하므로 해외 명문 국제학교도 유치할 필요가 있다.”
▲ 김민석 의원 [출처 = iNIS]
◇ 20년간 추진한 금융허브 완수하지 못해 안타까워
윤 정부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내년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에 있는 다수 공공금융공기업도 지방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수하지 못했다. 김 의원에게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허브 정책과 연관성에 대해 질문했다.
- 윤 정부는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을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을 금융허브로 구축하겠다는데.
“금융산업은 높은 수익성을 갖고 있으며 국제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인적자본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우수 인력 수급이 용이한 국제도시에 다국적 금융기업의 본사 및 지사가 분포하고 있다.
글로벌 도시 순위에서 뉴욕·런던·도쿄·싱가포르 등과 금융 중심도시가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서울도 세계 10대 도시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여의도를 국제금융지구로 조성해야 한다.”
- 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공공금융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과제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주요한 수단으로 해서 추진해야 하는가?’ ‘이게 맞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국가금융정책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이슈가 섞이면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은행 이전이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정책을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지역 균형발전이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민주당에서 금융정책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토론을 거쳐 서울을 글로벌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어 가자는 방향을 정했고 그 기조가 현재도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서울을 어떻게 글로벌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이미 여의도에 개설한 KAIST금융대학원과 연계해 최첨단 금융기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지금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시키기 위해 세종의사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되면 국회 상임위를 모두 세종시로 옮기고 국회의사당이 있는 위치에 국제학교를 설립하거나 의원회관에 외국 금융기관을 입주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 민진규 소장(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왼쪽), 김민석 의원(국회의원, 오른쪽) [출처 = iNIS]
◇ 무리한 추진보다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금융허브정책
대한민국과 서울은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세계적 인기 아이돌 그룹 덕분에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 서울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도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서울과 부산을 모두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시킬 방안은 없는지 김 의원의 아이디어를 들어보자.
- 서울의 국제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울을 금융도시와 국제도시라는 2개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 국제도시 측면에서는 위상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K-팝과 같은 한류로 많이 알려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극복 과정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시아태평양보건분야의원연맹 의장을 맡고 있는데 여름에 의원들을 초청한 국제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회의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 그렇다면 서울의 금융도시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년 전부터 국제 금융도시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금융도시가 되려면 국제도시가 먼저 돼야 한다. 국제도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외국사람이 생활하기에 편리해야 한다. 홍콩·싱가포르처럼 영어로 일상생활이나 비즈니스가 가능해져야 글로벌 선도 금융도시가 될 수 있다.”
- 현재 서울이 국제 금융도시로 부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20년 동안 외부환경이 많이 변했다. 서울과 가장 근접한 홍콩이 주춤하고 중국 상하이 등도 금융시장 여건이 나빠진 상황이다. 서울이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면 해외 금융기관도 우호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서울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그렇다면 어떤 금융허브 전략이 필요한지.
“국가 혹은 서울시가 금융허브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서울조차도 20년 동안 금융 중심도시가 되지 못했는데 서울과 부산 투톱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는 원톱도 없으므로 일단 서울부터 원톱을 만들고 부산을 원 플러스 원과 같은 투톱 전략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
- 오세훈 서울시장도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하는데.
“서울의 금융허브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명확한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산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처음에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라 세게 반대하지 못하다가 결국 ‘산업은행 이전은 자해행위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차원에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금융전문가의 입장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5월 초 국회에서 ‘지방금융발전 대안을 찾아-산업은행 이전이 최선인가’를 주제로 서울형 금융특구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외국 선진 도시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종합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은 제2금융 중심지의 내실화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고 제일 중요한 것이 인적 인프라다.
인적 인프라는 안정성이 중요하고 이해관계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로펌이나 외국금융기관 등은 제외하고 산업은행 등의 본점만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대부분의 전문가가 반대한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의견을 표명하지 않지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이전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민진규 소장(국가정보전략연구소), 김민석 의원(국회의원), 장은영 [출처 = iNIS]
- 산업은행의 본점을 이전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현재는 편법으로 일부 조직만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는데.
“편법으로 조직만 이전한 상태에서 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결국 부산으로 내려간 조직도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 내부의 혼란도 문제지만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초래할 갈등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정부는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에서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합의한 후 공공금융공기업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 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여의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의 입장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전략에서도 산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은 심사숙고해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
서울을 국제도시와 금융도시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발전 전략을 수립한 후에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균형발전 차원에서 적합하지 판단했으면 좋겠다. 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발전 프로그램을 제대로 추진하기 바란다.”
- 윤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산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을 정책과제로 선정한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서울을 국제금융도시로 도약시키기에는 지금 아주 좋은 국제환경이 조성돼 있다.
대통령이 방향만 잘 잡으면 성공시킬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충족돼 있고 성공만 한다면 대통령에게도 큰 업적이 될 수 있다. 무리한 추진보다 우선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장을 열어주길 바란다. 지금은 길을 잘못 들어서 자갈밭으로 가고 있다.”
15일 정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개최해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KDB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게 내비쳤다.
부산광역시는 부산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면 KDB산업은행뿐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과 수협중앙회도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기술보증기금 등을 유치했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는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한 찬반양론을 듣고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중앙 정부와 서울특별시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문제점·개선책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조윤승 KDB산업은행노동조합 위원장, 김두관 국회의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만난 사람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서울시 ‘영등포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서울 금융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했다. 최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인터뷰 중인 김민석 의원 [출처 = iNIS]
◇ 서울 힘 빼기보다 여의도 금융특구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
김 의원은 1985년 서울대 총학생회 회장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으며 15·16대 국회의원을 거쳐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이력을 갖고 있다. 18년 만인 21대에 당선되며 3선 의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 의원에게 정치 이력과 지역 균형발전 등에 관해 질문했다.
-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데.
“초선과 재선 때는 재경위원회 및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들 위원회는 인기도 있지만 핫한 상임위라 선택했다. 초선 때는 재경위원회를 가기 어렵다고 생각해 보건복지위원회를 신청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는 보건복지위가 비인기 상임위였으나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이슈인 민생을 다루고 있고 관련 예산도 커졌다. 과거와 달리 보건·복지·바이오 등 다루는 분야도 많고 이번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본 것처럼 국민의 건강, 민생과 직결된 중요 상임위가 됐다.”
- 지역 현안 중 가장 큰 현안은.
“영등포구는 지역이 복합적이어서 여의도·신길동·대림동 각각 굉장히 성격이 다르다. 여의도는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인 것이 제일 큰 현안이다. 전반적인 재구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길동은 뉴타운이 들어서며 공원을 포함한 주거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대림동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으며 다문화가정이 많고 개발 과제가 상당하다.”
- 서울도 강남과 강북이 다르듯이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최근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방의 사정은 어렵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따라서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한 지역 균형발전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의료· 문화와 관련한 격차를 해결해 주지 못하면 지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이 있는지.
“한 가지 방법보다는 교육·의료 등을 종합해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보건과 관련해서 지방에서 제일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병원과 의사 부족이다. 공공의대를 설립해 해결하자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과 지방대학을 연결해 대학도시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현재 윤석열정부가 여의도에 본점을 두고 있는 KDB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산업은행의 이전 논란은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와 연관된 이슈다. 금융 중심지 정책이 처음 나온 것이 2003년 노무현정부 때다. 그 이후 금융중심지법도 제정하고 3년마다 금융 중심지 계획을 발표했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최근 국제적으로 외부환경이 한국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어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외부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우선 국제정치 환경을 보면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 미중분쟁 격화 등으로 홍콩 및 중국 도시들의 국제금융도시로서 매력이 떨어졌다. 홍콩에서 있던 금융기관이 홍콩을 떠나는 이른바 헥시트(Hexit·Hong Kong+Exit)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핀테크·블록체인 등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이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도시의 금융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 산업은행 이전보다 선행돼야 하는 과제가 있는지.
“산업은행 이전과 같은 서울 힘 빼기가 아니라 국회 이전이 예정된 서여의도 지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금융특구로 개발해야 한다. 블룸버그나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경제금융 전문 언론사의 아시아 지부를 유치하고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 협력 강화, 우수한 국제학교 건립, 수준 높은 의료시설 확충 등 정주환경을 국제도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 외국인이 한국에서 생활할 때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영어인데.
“홍콩, 싱가포르 등이 영어로 생활이 가능해 외국인이 좋아한다. 영어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많이 고민해 봤다. 과거 영어 공용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현실적으로 효과는 없으면서 불필요한 논쟁만 초래했다. 영어교육을 강화하거나 방송에서 영어 자막을 쓰는 등 다양한 방식의 병용 정도로 접근하면 좋겠다.”
- 국제학교와 같은 외국인의 정주여건 개선도 필요한데.
“서울에 있는 주요 금융기관이 모인 금융 중심지는 여의도인데 여의도에 국제학교가 1개도 없다. 외국인이 가족과 한국에 와서 체류하면 자녀의 교육도 큰 문제이므로 해결해 줘야 한다.
종래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이 국제학교 설립 등에 부정적이었는데 최근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공간이 충분하므로 해외 명문 국제학교도 유치할 필요가 있다.”
▲ 김민석 의원 [출처 = iNIS]
◇ 20년간 추진한 금융허브 완수하지 못해 안타까워
윤 정부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내년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에 있는 다수 공공금융공기업도 지방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수하지 못했다. 김 의원에게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허브 정책과 연관성에 대해 질문했다.
- 윤 정부는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을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을 금융허브로 구축하겠다는데.
“금융산업은 높은 수익성을 갖고 있으며 국제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인적자본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우수 인력 수급이 용이한 국제도시에 다국적 금융기업의 본사 및 지사가 분포하고 있다.
글로벌 도시 순위에서 뉴욕·런던·도쿄·싱가포르 등과 금융 중심도시가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서울도 세계 10대 도시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여의도를 국제금융지구로 조성해야 한다.”
- 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공공금융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과제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주요한 수단으로 해서 추진해야 하는가?’ ‘이게 맞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국가금융정책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이슈가 섞이면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은행 이전이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정책을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지역 균형발전이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민주당에서 금융정책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토론을 거쳐 서울을 글로벌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어 가자는 방향을 정했고 그 기조가 현재도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서울을 어떻게 글로벌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이미 여의도에 개설한 KAIST금융대학원과 연계해 최첨단 금융기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지금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시키기 위해 세종의사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되면 국회 상임위를 모두 세종시로 옮기고 국회의사당이 있는 위치에 국제학교를 설립하거나 의원회관에 외국 금융기관을 입주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 민진규 소장(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왼쪽), 김민석 의원(국회의원, 오른쪽) [출처 = iNIS]
◇ 무리한 추진보다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금융허브정책
대한민국과 서울은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세계적 인기 아이돌 그룹 덕분에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 서울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도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서울과 부산을 모두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시킬 방안은 없는지 김 의원의 아이디어를 들어보자.
- 서울의 국제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울을 금융도시와 국제도시라는 2개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 국제도시 측면에서는 위상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K-팝과 같은 한류로 많이 알려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극복 과정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시아태평양보건분야의원연맹 의장을 맡고 있는데 여름에 의원들을 초청한 국제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회의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 그렇다면 서울의 금융도시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년 전부터 국제 금융도시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금융도시가 되려면 국제도시가 먼저 돼야 한다. 국제도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외국사람이 생활하기에 편리해야 한다. 홍콩·싱가포르처럼 영어로 일상생활이나 비즈니스가 가능해져야 글로벌 선도 금융도시가 될 수 있다.”
- 현재 서울이 국제 금융도시로 부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20년 동안 외부환경이 많이 변했다. 서울과 가장 근접한 홍콩이 주춤하고 중국 상하이 등도 금융시장 여건이 나빠진 상황이다. 서울이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면 해외 금융기관도 우호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서울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그렇다면 어떤 금융허브 전략이 필요한지.
“국가 혹은 서울시가 금융허브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서울조차도 20년 동안 금융 중심도시가 되지 못했는데 서울과 부산 투톱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는 원톱도 없으므로 일단 서울부터 원톱을 만들고 부산을 원 플러스 원과 같은 투톱 전략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
- 오세훈 서울시장도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하는데.
“서울의 금융허브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명확한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산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처음에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라 세게 반대하지 못하다가 결국 ‘산업은행 이전은 자해행위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차원에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금융전문가의 입장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5월 초 국회에서 ‘지방금융발전 대안을 찾아-산업은행 이전이 최선인가’를 주제로 서울형 금융특구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외국 선진 도시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종합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은 제2금융 중심지의 내실화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고 제일 중요한 것이 인적 인프라다.
인적 인프라는 안정성이 중요하고 이해관계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로펌이나 외국금융기관 등은 제외하고 산업은행 등의 본점만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대부분의 전문가가 반대한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의견을 표명하지 않지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이전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민진규 소장(국가정보전략연구소), 김민석 의원(국회의원), 장은영 [출처 = iNIS]
- 산업은행의 본점을 이전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현재는 편법으로 일부 조직만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는데.
“편법으로 조직만 이전한 상태에서 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결국 부산으로 내려간 조직도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 내부의 혼란도 문제지만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초래할 갈등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정부는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에서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합의한 후 공공금융공기업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 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여의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의 입장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전략에서도 산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은 심사숙고해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
서울을 국제도시와 금융도시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발전 전략을 수립한 후에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균형발전 차원에서 적합하지 판단했으면 좋겠다. 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발전 프로그램을 제대로 추진하기 바란다.”
- 윤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산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을 정책과제로 선정한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서울을 국제금융도시로 도약시키기에는 지금 아주 좋은 국제환경이 조성돼 있다.
대통령이 방향만 잘 잡으면 성공시킬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충족돼 있고 성공만 한다면 대통령에게도 큰 업적이 될 수 있다. 무리한 추진보다 우선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장을 열어주길 바란다. 지금은 길을 잘못 들어서 자갈밭으로 가고 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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